에스엠에 부는 행동주의 바람, 국민연금 가세하면?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6.0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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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돋보기]이수만 개인 회사로 10년간 816억원 지급…행동주의 펀드 나서 투명한 정보공개 요구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이수만 에스엠 회장 / 사진제공=에스엠이수만 에스엠 회장 / 사진제공=에스엠


에스엠 (87,800원 ▲2,400 +2.81%)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으로 떠올랐다. 상장 이후 단 한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점,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로 매년 수십억씩 이익이 빠져나간 점 등에 대해 기관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스엠은 곧바로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면서도 이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가 직접 나선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라이크기획과 관련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HOT SES 신화 보아 소녀시대 등 시대 앞서간 에스엠=에스엠은 1995년 이수만씨가 설립했다. 1996년 H.O.T.를 데뷔시키며 국내 굴지의 아이돌 기획사로 떠올랐다. 이후 △1997년 S.E.S. △1998년 신화 △1999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2000년 보아 등 아티스트들이 잇따라 성공하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탔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은 2000년이다.



상장 이후에도 △2003년 동방신기 △2005년 슈퍼주니어, 천상지희 The Grace △2007년 소녀시대 △2008년 샤이니 △2009년 f(x)가 연이어 성공해 전성기를 맞았다. 2012년에는 EXO가 데뷔해 아이돌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고 2014년 걸그룹 레드벨벳이 데뷔해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라이크기획이 설립된 것은 에스엠이 상장되기 전인 1997년이다. 라이크기획은 SM 소속가수 음반과 SM에서 제작하는 음반의 음악자문 및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라이크기획의 사업장 주소는 SM엔터테인먼트의 본점 주소지인 SM빌딩이다.

에스엠은 2014년까지 라이크기획에 음반매출과 관련한 수수료(최대 15%)만 지급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는 음반 이외의 사업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됐다. 수수료율은 최대 6%로 낮아졌으나 에스엠의 총 매출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에스엠, 10년간 816억 이수만 회장 소유社에 지급=

에스엠이 라이크기획에 지불한 비용은 2014년 75억원에 이어 2015년 99억원으로 올랐고 이후에는 100억원 넘는 수준이 됐다. 사드 배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라이크기획이 받아간 돈은 줄지 않았다.

라이크기획은 2017년 에스엠 연간 영업이익 109억원과 맞먹는 108억원을 가져갔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4.4% 증가한 145억원을 챙겼다. 에스엠이 10년간 라이크기획에 지불한 돈은 8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스엠이 다른 기획사들보다 매출액이 큼에도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로 라이크기획을 지목한다. 회장 개인 회사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에스엠의 매출액은 6122억원, 영업이익은 47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7.8%다. 2017년에는 2%대였다. 반면 JYP Ent. (72,100원 ▲1,100 +1.55%)는 지난해 매출액 1248억원, 영업이익 28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3.03%에 달한다. 2017년에도 19%가 넘었다.

회사 측은 문제가 없다고 해왔고 최근에도 이런 계약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에스엠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아니라 사익편취 규제조항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시각은 다르다. 전체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내부거래를 통해 대주주가 독차지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에스엠은 상장 후 한차례도 배당을 한 적이 없는데 경쟁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012년부터 배당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JYP Ent. 역시 지난해부터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은 없고 수익률은 경쟁사 대비 하락하니 주가도 큰 폭의 디스카운트를 받는다.

결국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3대 주주 KB자산운용(지분율 6.59%)이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에 대한 소명과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 중이다. 4대 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도 여기에 협조하기로 했다.

이들은 에스엠에 △라이크기획 계약의 투명한 공개 △배당개선 등을 우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코드를 표방하는 국민연금(8.07%)이 합세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3곳의 지분을 합하면 19.72%로 이 회장 측의 지분(19.08%)을 넘어선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움직임을 토대로 주주 가치 제고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장기간 제기돼 온 이슈(외주 법인 내재화 통한 원가 절감, 배당 등 주주 환원)가 자주, 무게감 있게 공론화되고 있다"며 "경영 효율화 및 주주 가치 제고 관련 광범위한 논의는 현실성이 있는 주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관 들고일어나자 주가는 상승…실적 전망도 '맑음'=주가는 이같은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다. 에스엠은 지난달 31일 코스닥시장에서 550원(1.30%) 오른 4만2800원에 마감했다.

30일과 31일 이틀동안 13.68%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가 움직이며 주주 가치 제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은 이 기간동안 약 66만주를 순매수했다. 277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동안 주가를 끌어내렸던 실적도 점차 나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20일 5만6900원에 거래됐던 에스엠은 지난달 27일 3만6000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에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승리 파문 때문이다.

에스엠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308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3% 감소했다. 영업이익 기준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67억원을 대폭 밑돈 어닝쇼크다.

기타 자회사들(에브리싱, F&B, 에스엠 베이징)은 영업손실 65억원이 발생했고 SM JAPAN은 NCT127의 첫 일본투어 매출을 당분기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전년보다 43% 줄었다. 자회사인 SM C&C와 키이스트 역시 광고 비수기 및 콘텐츠 제작 고정비 반영 등의 이유로 실적이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에스엠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송재경 흥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EXO 컴백, NCT127과 Way V 신규앨범 발매가 예정돼 있다"며 "NCT127의 월드투어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Way V역시 데뷔직후 QQ 뮤직차트 1위 및 아이튠즈 30개국 1위를 달성하며 2분기 실적전망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부진도 향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2분기 SM C&C는 신규 광고주가 늘었고 비수기에서 벗어난다"며 "키이스트는 드라마 편성이 하반기에 집중돼있고 해외 법인도 신인 매출 발생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중국 한한령(限韓令)이 해제될 경우 SM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엠이 중국 내 2개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기획사다. 중국에서는 EXO 인기가 대단하고 SM C&C 예능도 관심이 많다.

최근 KBS 2TV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중국에 판매됐다. 2016년 한한령이 발동된 이후 중국에 드라마 판권이 정식 판매된 건 처음이다. 국내 콘텐츠업계에선 한한령이 풀릴 기미가 보인다는 기대도 한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스엠은 이미 WayV 데뷔와 TME와의 신규 계약으로 별도 내 중국향 매출 비중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최근 가수 비의 중국 행사 참석, 응답하라 1988의 텐센트 리메이크,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 등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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