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화웨이…'단골' 소프트뱅크마저 잃었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5.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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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사업에 화웨이 대신 유럽업체 선택…당초 화웨이 장비로 시범운영까지 했으나 美제재 여파로 배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AFP.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AFP.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배제했다. 화웨이의 오랜 고객이던 소프트뱅크마저 유럽의 에릭슨과 노키아를 5G 장비업체로 선정하면서 화웨이가 점점 고립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에릭슨과 노키아는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소프트뱅크가 자사 5G사업의 주요 협력업체로 자신들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전 세계 1위 업체인 화웨이와 2위인 에릭슨, 3위인 노키아의 장비를 골고루 사용해왔다. 당초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5G 사업 시범 운영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12월 사용 중인 화웨이산 4G 장비를 타 업체 장비로 전면 교체한다고 발표하며 화웨이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교체비용에만 4600만달러(546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강행할 예정이다.

결국 이날 5G사업에서도 화웨이를 최종 배제하며 사실상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인 P30라이트도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발매를 무기한 보류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변심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당국의 사주를 받아 자사 통신장비를 통해 첩보를 하는 등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달 초에는 화웨이를 거래 중단 기업 명단에 올리면서 제재를 강화했고, 일본 정부도 화웨이 제재에 부분 동참하고 있다.

일본은 화웨이의 이름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지만 안보 위협이 되는 장비는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니치 미야카와 소프트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일본)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화웨이가 핵심 고객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FT도 "화웨이가 또 다른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에서는 최대 이통사인 TDC가 12년간 거래해 온 화웨이 대신 에릭슨을 선택했다. 영국 BT그룹도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밝혔으며, 대만은 이미 중국산 통신장비를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다른 이통사들도 소프트뱅크를 따라 5G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카이도쿄연구소의 마사히코 이시노 분석가는 "다른 이통사인 NTT 도코모와 KDDI도 화웨이 배제에 동참할 것"이라면서 "소프트뱅크가 (화웨이를 배제해서) 가격 불이익을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에 대한 불신은 통신장비 이외 다른 분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구글, 인텔, 퀄컴은 화웨이와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파나소닉도 화웨이와 부품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세계 1위 반도체 설계 회사인 영국의 ARM까지 화웨이와 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5일에는 와이파이(WiFi)연맹과 SD협회도 미중 무역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화웨이를 퇴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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