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 28일 열린 SOV
AC2019 행사에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주최 세션 참석 직전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화 상대방의 이름 옆에 하트가 선명했다./사진=우경희 기자
AC2019 행사에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주최 세션 참석 직전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화 상대방의 이름 옆에 하트가 선명했다./사진=우경희 기자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이미 강연장에 들어와 있었다. 맨 앞줄 가운데서 재단 소개를 조용히 지켜봤다. 최 회장(T : 태원)이 김 이사장(C : 영문명 Chloe)에게 선물한 장학재단이다. SOVAC도 최 회장이 제안해 만들었다. 수천명이 몰린 사회적가치 콘퍼런스의 마지막을 이 재단이 장식했고 두 사람은 한 공간에 있었다. 앞뒤로 7칸 거리였다.
긴장감 속에 세션이 마무리됐다. SK그룹 관계자들은 김 이사장을 철저하게 보호하며 언론의 접촉을 차단했다. 그녀가 앞 문으로 얼른 빠져나갔다. 문 바깥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었다. 한 사람만을 위해 미리 만든 비밀 통로다. 도망치듯 나가는 김 이사장을 최 회장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18시30분이었다.
이날 최 회장에게 같은 질문이 두 번 나왔다. 점심 무렵 기자들이 대체 왜 사회적 가치에 '올인'하느냐고 묻자 '회장 최태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45분' 이후인 그날 저녁, 한 대학 교수가 무대에 선 그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자연인 최태원'으로 대답해도 되느냐고 되물은 그가 내놓은 답은 전혀 달랐다.
"공감능력 제로(0)였던 내가 나와는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을 보면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았고, 새로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 사람의 공감능력을 보며 나는 세상과 사람에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따뜻한 감정의 형태를 전해받고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게 나에게 새로운 계기였고 이런 행사까지 만들어내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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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깜짝 고백이었다. 최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며 연이틀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예상 대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고백의 함의는 명확하다. 언론과 수백여 청중 앞에서 본인의 전혀 새로운 경영관과 인생관이 한 사람에게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사회적가치는 최 회장 개인의 철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SK그룹의 경영철학이 된 내용이다. 최 회장의 이날 발언은 곧 김 이사장에 대한 관계와 지위의 공식화였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SOVAC)'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5.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