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vs 택시 갈등, 정치인들은 '뒷짐'…중재·설득 책임 포기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9.05.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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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국회의원들은 뭐하나? 택시와 공유차량 서비스 갈등은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이재웅 쏘카 대표)



지난 15일 한 70대 택시기사가 공유차량 서비스 '타다' 퇴출을 주장하며 분신 사망한 이후 택시업계는 ‘타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자 '타다'를 운영 중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카카오 택시’를 실력 저지한 택시업계가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타다’ 서비스에 대해서도 퇴출을 주장하는 것은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혁신도 필요하나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택시업계의 고충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재웅 쏘카 대표에 대해선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SNS(소셜네트워크)상에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23일 이재웅 대표의 페이스북에 ‘타다’가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정부는 이를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과잉공급된 개인택시 번호판을 국민 세금이 아닌 외국계나 대기업의 자금으로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재웅 대표는 단순히 택시 면허만 구매한다고 해서 택시업계와 공유차량 서비스 간의 갈등이 해결될 수는 없으며, 택시 면허 매각 이후 택시 기사들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도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갈등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여론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정부당국에 온통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사실 택시와 공유차량 서비스 간의 공존 문제를 두고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택시업계는 택시업계대로, 공유차량업체는 또 업체대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국토부가 나홀로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책까지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분신을 할 정도로 생존권이 절박한 택시업계의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영업을 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이 높은 ‘타다’와 같은 공유차량 서비스 업체를 퇴출시킬 수도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국토부는 관련 주무부처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첨예한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기관은 될 수 없다. 예컨대 개인택시 면허를 공유차량 서비스 업계가 사들이는 정책만 하더라도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이 또한 업계에 대한 설득과 중재 작업이 필요하고, 그에 필요한 세부 법안들을 조정하거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현행법상 택시 산업과 관련된 상당 부분은 국토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속해 있다. 시장이나 도지사들도 택시와 타다 논쟁의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엄연한 유관 기관인데 택시 기사가 여럿 분신하는 상황에서도 한 발 물러난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지경이다.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는 국회가 여기서 가장 큰 문제다. 국회는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여론을 수렴해 법안을 만들고 정책에 반영하는 입법기관이며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택시와 ‘타다’ 갈등에서 정치인들은 쏙 빠져있다. 수십만명의 택시기사들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이 달려있고, 공유차량 서비스의 혁신과 모빌리티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정작 국회의원들은 극도로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에 대해선 단식 등 사생결단의 모습을 보이고 또 국회선진화법까지 무시하고 국회를 점거하면서 밤샘 농성까지 벌이며 온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야당 정치인들은 과거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며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의 진입 장벽을 없애 창업이나 새로운 산업을 육성시키자는 입장을 줄기차게 견지해왔지만 야당이 된 뒤로 혁신이나 규제 완화에 눈을 감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카카오와 택시 논쟁에서는 오히려 택시 기사들의 파업현장으로 달려가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겠다고 호소했다.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는 여당도 매한가지다. 노동과 인권을 중시하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의 입장을 지지했던 국회의원들이 집권 여당이 된 뒤에는 택시 노조를 찾아가 이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설득을 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와 타다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여당에 있는데도 말이다.

소수 정당들은 또 어떤가. 이들의 관심은 온통 선거제도 변경이나 정당 이합집산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해서든지 의석수를 늘리려는 데만 쏠려 있고 민생경제나 경제성장, 국민의 삶이 어떻게 돼가는지 관심 밖의 일이 돼버렸다.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경제를 챙기겠다, 민생을 살리겠다"고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정작 택시와 공유차량 서비스 갈등을 중재·설득하거나 해결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나 당사자들에게 모든 해결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국회는 문 닫은 채 정치인들은 날마다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국회무용론’을 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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