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꿈꾼다고? '인성(人性)' 좀 봅시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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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빈→잔나비→효린까지, 과거 '학폭 의혹' 줄줄이 터져…연예계 "학폭 검증 잘해라" 긴장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은 "기억이 안 난다" 했지만, 피해자는 또렷이 기억한다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무려 3년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옷과 현금을 뺏겼고, 아파트 놀이터서 맞았다고도 했다. 연예인 SNS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도 없었다는 것. 학폭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은 그룹 씨스타 멤버였던 효린이었다. 그의 소속사 브리지는 논란이 커진 뒤 "명백히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으로 아티스트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글을 올린 이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26일 입장을 냈다.

이른바 '학교 폭력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다. 하루가 머다하고 연예계를 줄줄이 강타 중이다. 연예인 지망생, 뜨는 연예인, 이미 뜬 연예인 등 그 대상을 막론한다. 이젠 학교 폭력을 저지른 이는, 아예 연예인을 할 수 없단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 같은 시대에 '학폭 검증'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단 것. 이에 연예계에서도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윤서빈→잔나비→효린…'의혹' 불거지면 '태풍'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은 '학폭 의혹' 제기 후 자진 탈퇴키로 했다./사진=머니투데이db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은 '학폭 의혹' 제기 후 자진 탈퇴키로 했다./사진=머니투데이db


'학폭 미투'에 불을 붙인 건 엠넷 프로듀스X101 출연자 윤서빈이었다. 돋보이는 외모, 자신감이 돋보였던 그는 대형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다. 하지만 5일 온라인상에서 '윤서빈 과거 폭로' 글이 올라왔고, 거기엔 "광주 지역서 유명한 일진"이란 주장이 나왔다. 논란 시작 3일 만인 8일, JYP 퇴출과 방송 하차가 결정됐다. 그의 일진설(說)이 어디까지 사실인 지 확인된 바 없고, 갑론을박도 이어지지만, '의혹'만 불어도 '태풍'이 돼 돌아왔다.

이어 한창 뜨는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다. 23일 피해자가 올린 한 커뮤니티 글이 시작이었다. 그는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내 사물함에 장난치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주장했다. 하루 만인 24일, 잔나비는 "유영현은 자진 탈퇴해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 한 뒤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미 뜬 연예인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데뷔해 9년 차인 가수 효린도 26일 '학폭 의혹'이 불거졌다. 효린 소속사는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하고 밝혔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어 소속사 측은 "학폭이라 명명된 게시글이 삭제됐다"며 "연예인이라는 걸 악용해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면 더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측 역시 관련 폭로를 이어가,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SNS·커뮤니티…손쉬운 '폭로'의 시대
연예인 꿈꾼다고? '인성(人性)' 좀 봅시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학폭 의혹'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한 가진 확실하게 됐다. 연예인이 되려면 이 같은 '검증'을 피할 수 없단 것.

손쉬운 '폭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학교 폭력 피해를 입은 누구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SNS 등을 통해 여론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과거 검증을 피할 수 없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거꾸로 자신의 인성과 살아온 이력을 판단케 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효린은 이미 뜬 뒤 논란이 불거진 사례지만, 대다수는 이미 뜨기 전 검증하는 분위기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출연했던 한종연이, 고등래퍼에 나온 장용준이 각종 의혹이 불거진 뒤 하차했다.



연예계 "학폭 검증 잘해라" 긴장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연예계 또한 이 같은 대중 요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학교 폭력 논란이 여러 번 불거지며 각자 소속사 연예인들이 과거 그런 일이 없는 지 신경 쓰고 있다"며 "오래 전 일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연습생 때부터 검증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팬들도 가창력, 연기력 등 재능이나 수려한 외모만 보고 스타를 판단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성(人性)'이 중요함을 충분히 인지하기 시작했다. '학폭 미투'는 물론, 최근 '승리 게이트' 등 불거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이 같은 기류가 더 강해졌다. 방탄소년단(BTS) 팬이라는 직장인 김모씨(33)는 "연예인들이 사회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만큼, 인성도 실력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며 "학교 폭력을 저질러 놓고 본인만 승승장구한다면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연예 기획사들도 연예인들에'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멤버들 실력 뿐 아니라 인성을 강조하는 걸로 유명하고, JYP엔터테인먼트도 인성 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진영 JYP 대표는 과거 Mnet '식스틴' 방송에서 "조심하면 언젠가 걸리고, 조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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