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힘겹게 생계를 책임지던 김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년 후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당장 치료비용도 마땅치 않던 김씨는 결혼 초에 지인의 권유로 가입했던 암 보험이 떠올라 곧바로 보험사를 찾았다. 그런데 이것 저것 서류를 살펴보던 보험회사 직원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김씨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 같은 김씨의 보험금 5000만원이 송두리째 원수 같은 전 남편에게 지급된다는 것이다.
보험계약을 할 때 계약자는 △만기·생존 수익자 △입원·상해 수익자 △사망 수익자를 지정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 받을 사람을 미리 정하는 것인데 가족 등 특정인으로 지정해 놓으면 상속자들과의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없고 보험금 청구절차도 간소화되는 장점이 있다. 수익자지정을 따로 하지 않으면 법정상속인이 수익자가 된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수익자를 변경하기 전에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변경 전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줘야 한다. 김씨의 경우 뒤늦게 상황을 파악해 곧바로 수익자를 바꾸더라도 암 진단을 받은 것이 먼저기 때문에 보험사는 변경 전 수익자인 전 남편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수익자 변경은 계약자의 권리라 기존 수익자의 동의 없이 계약자의 신청만으로 변경할 수 있다. 김씨도 전 남편과 엮이는 일 없이 미리 바꿀 수 있었는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분통이 터질 정도로 억울한 일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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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는 담당 설계사나 안내장, 모바일 메시지 등을 통해 수익자 지정의 중요성에 대해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꼼꼼히 살펴보는 고객이 드물다. 절차에 따라 보험사에 신청만 하면 간단히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신상에 변화가 생겼다면 보험 수익자가 누구로 돼 있는지 잘 살펴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언제 어떻게 보험 사고가 발생할 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 가입한 보험의 수익자가 정당한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봐야 한다"며 "보험금이 계약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