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탱크 폭발, 안전장치 미작동·용접 불량으로 추정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9.05.24 14:01
글자크기

전문가 "현장 진단 나와야 정확한 원인 규명"…탱크 내부압력 높아져 용접 부위서 고압가스 샜을 가능성

(강릉=뉴스1) 고재교 기자 = 23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단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고 6명이 다쳤다.(강원도소방본부 제공)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강릉=뉴스1) 고재교 기자 = 23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단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고 6명이 다쳤다.(강원도소방본부 제공)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3일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1공장 옆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하면서 폭발 원인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한국가스안전공사 혹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폭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수소탱크 안전장치 미작동 △용기 용접 불량 △수소 주입 미숙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강릉벤처공장은 23일 수소 탱크의 성능을 점검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수소탱크의 안전장치 미작동으로 탱크 내부 압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가 난 탱크는 10바(bar) 압력용기로 알려졌다. 압력이 10바를 넘으면 안전변(safety vent)이 열리게 돼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벤트가 열리고 가스가 빠져나와 내부압력을 조절해줘야 하는데 이것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용기 내부 압력이 허용치 이상으로 높아져 조절이 안된 경우 가장 취약한 부위는 용접 이음새 부위다. 탱크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용접 부위에서 고압의 수소 가스가 샜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전문가는 "일반 고압용기(탱크)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난립해있다. 사고가 난 용기에서 용접 부위 전체에 대해 비파괴검사를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압력용기의 용접 비파괴검사를 수행하는 곳은 한국가스안전공사다.

수소 기체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주입 미숙이 문제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LPG가스는 4~5바, 높아봐야 10바 정도 용기를 쓴다. CNG(압축천연가스) 용기의 압력은 200바, 수소용기의 압력은 700바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바 용기라면 수소가 안 들어 갈텐데 현장에 있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폭발이 불기둥을 일으키며 화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수소가 극히 짧은 시간에 연소하면서 주변의 물질을 태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정도 가벼워 누출되어도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해 날아가므로 쉽게 폭발하지 않는다.

수소탱크는 수소전기차 내부와 수소충전소에도 설치된다.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탱크는 이번에 폭발 사고가 난 고압용기와 전혀 다르다.

이번 사고가 난 고압용기는 태양광을 활용한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소 포집을 위해 수소를 담은 용기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난 건 버퍼용기인데 수소이기 때문에 터지는 게 아니라 다른 가스를 넣더라도 압력을 잘못주면 터지는 압력용기"라며 "지금으로선 수소가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소 탱크는 불이 붙지 않는 '탄소섬유'로 수심 7000m 고압에서도 견딜 수 있게 제작되며, 큰 충격을 받아도 폭발하지 않고 탱크가 찢어지면서 수소가 외부로 새어 나갈 뿐이다.

또 수소충전소에서 쓰는 용기는 용접 이음새가 없어서 이번 사고의 용접있는 고압용기와 다르다. 수소충전소 용기는 한국 엔케이, 미국 피바테크(FIBA Tech) 등이 만든다.

한편 이번 폭발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24일 경찰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폭발이 난 수소탱크 3기(1기당 400㎥)의 부실시공·관리, 운영 업체인 S 업체의 조작 미숙, 부실 안전점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반에 걸쳐 조사할 방침이다.

S 업체는 태양광을 활용해 생산된 수소를 전기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업체로, 강원테크노파크에 정식으로 입주한 업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 업체 소속 연구원 2명은 수소 저장탱크에서 20m 떨어진 별도의 가건물 내에서 태양광을 활용한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해 벤처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