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개방…먼저 가본 '철원 DMZ' 모습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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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민간에 개방하는 '철원 DMZ 평화의 길' 사전 답사…차가운 철책 너머 천혜의 자연 두 눈에

22일 시민들과 취재진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22일 시민들과 취재진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철원 비무장지대(DMZ)가 오는 6월1일 민간에 정식 개방하며 '평화의 길'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달 문을 연 고성 구간에 이은 두 번째 DMZ 개방이다. 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분단의 상흔을 상징했던 철원 백마고지가 70년이 흘러 평화를 일깨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 22일 '철원 DMZ 평화의 길' 정식개방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 출입기자단 현장답사가 이뤄졌다.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화살머리고지와 감시초소(GP)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총 15km 거리로 3시간 가량 소요되며 직접 도보로 이동하는 거리는 약 3.5km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철원 DMZ는 긴장 속에서도 평화로움이 공존했다. 답사 전 별도의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않는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민군작전장교로 안내와 통제를 맡은 이재욱 소령은 "유엔군 사령부를 통해 안보견학장으로 승인 받은 지역이라 방탄조끼나 철모 등 장비를 입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22일 군인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코스 중 화살머리 고지로 들어서는 출입구인 57통문을 개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22일 군인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코스 중 화살머리 고지로 들어서는 출입구인 57통문을 개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대한민국 최북단인 남방통제선 부근을 산책하는 만큼, 안전대책은 철저하다. 답사 내내 탐방객과 군 차량이 동행하는데, 탐방객을 위한 안전장비를 항시 구비하고 있다. 일선 소방·경찰과 협력해 응급상황도 대비한다. 남방한계선을 넘어가는 화살머리고지 부근에선 보안조치가 한층 강화된다. 이 소령은 "북한의 특이동향이 있을 시 바로 탐방객들을 철수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한 감지장비들도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답사에 앞서 백마고지전적비에서 전사자들에 대한 묵념을 한다. 백마고지는 열흘 동안 12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휴전 직전까지 남과 북의 군인들이 가장 치열하게 싸운 지역으로, 영화 '고지전'의 배경이다. 김일성이 고지를 뺏긴 뒤 사흘 간 통곡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어 백마고지 전투에서 중공군에 맞서 승리를 거둔 김종오 장군 기념관을 지나 백마고지 조망대에 올라 과거의 상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조망대를 지나면 철책을 따라 3.5km를 두 발로 걷게 된다. 철책을 따라 흐르는 역곡천과 공작새능선의 흐름을 따른다. 5월 말 찾아온 이른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을 법도 하지만 철책 주변은 수풀 하나 찾을 수 없다. 답사에 동행한 김미숙 자연환경해설사는 "숲이 우거지면 수상한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워 남방한계선 부근으로 벌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2일 시민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내 벙커층에 마련된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22일 시민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내 벙커층에 마련된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B통문에 도착해 도보 이동을 마치면 다시 차에 올라 화살머리고지 GP로 이동한다. 마지막 탐방 구간이자 철원 DMZ 평화의 길의 백미다. 군사분계선(MDL)과 2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북측 GP가 보일 정도로 북한과 가까워 경계가 철저하다. 거대한 철문과 무장한 군인을 마주치면 잠시 잊었던 냉혹한 분단의 현실을 다시 실감한다. 분단 이후 최초로 공개된 GP에는 이 곳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국군과 미군, 중공군의 구멍난 철모, 총탄자국이 있는 수통, 장전된 총 등이다.

답사 내내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마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반 세기가 넘도록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만 발의 포탄이 떨어진 폐허였지만 70년이 지나며 마치 상처가 치유되듯 온갖 동식물이 모인 자연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공작새능선 조망대 아래에서 꽃을 심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 평화가 서서히 싹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이번 철원 DMZ 평화의 길은 주 5일(화·목요일 휴무) 동안 1일 2회, 1회당 20명씩 운영한다. 전문 해설사와 철원군청 소속 셰르파 2명이 동행하며 탐방을 돕는다. 참가 희망자는 한국관광공사 걷기여행 누리집 '두루누비, 행정안전부 DMZ 통합정보시스템 '디엠지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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