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대상 비상장사 '관리 부실'…0.1%만 '깐깐한 감사'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05.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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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예정법인만 금감원 지정 감사인 관리·감독…나머지 99.9% 기업들, 회계부정에도 제재 없어…금감원 "3만여개 넘는 곳, 일일이 점검 어렵다"…상장 문턱 관리보다 '내부고발 활성화' 필요 지적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사 '관리 부실'…0.1%만 '깐깐한 감사'


“회사가 감사범위를 제한해 감사기간 중 거래 및 기말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회계장부 등 신뢰할 만한 회계기록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A회계법인)



지난해 11월 새로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시행되면서 올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비상장법인들의 감사보고서에 위와 같은 문구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단속 초점이 상장법인에 맞춰지면서 비상장법인과 회계법인의 눈높이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2018년도 외부감사대상에 해당 되는 12월 결산 비상장법인 2만6330개사 중 감사의견 비적정(의견거절·부적정·한정) 의견을 받은 기업 수는 총 2274개사(22일 현재)로 전체의 약 8.6%에 해당한다. 이는 상장사의 감사의견 비적정 비율이 1~1.5% 안팎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의견 거절’을 받은 법인도 619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601개사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 중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도 많아 관련 기업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대상이 되는 기업 수는 총 3만1473개사로 이 중 93%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사다. 상장사는 전체의 7%인 2230개사에 불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단속에 나서면서 외감 대상 비상장법인에도 상장법인 못지 않은 ‘깐깐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회계법인들이 그간 요구하지 않았던 중계매출, 매출채권 등에 대한 증빙 자료를 요구하면서 지난 회계연도 결산을 마친 재무제표까지 다시 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 비상장법인 중 상장예정법인은 금감원에 감사인을 지정받아 상장법인 못지 않은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기준 전체 외감대상 비상장사 0.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9%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사 '관리 부실'…0.1%만 '깐깐한 감사'
이들 기업 중 작정하고 회계부정을 저지르는 경우 감사인과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사후적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장 문턱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장사 대상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해서 회계 부정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을 경우 상장폐지 등의 제재를 받는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곤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감사를 받는 비상장법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만여개사가 넘고 상장법인과 달리 이해관계자의 폭이 넓지 않아 감사보고서를 일일이 점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제출 기업에 한해 수차례 감독한 뒤 최종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지난해 검찰에 고발된 기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상장법인 일부는 투자 유인 요인으로 상장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비상장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사모펀드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개인들이 직접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초 입법예고된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요건 개선방안’이 시행되면 개인 전문투자자가 최대 37만~39만명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 부정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능한 빠르게 의혹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일단 부정이 발생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와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기 때문에 비상장법인에서도 부정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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