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와 한국 증시의 상관관계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5.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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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中 희토류 무기화시 무역분쟁 악화 …희토류 테마·반도체株 올랐지만 장기적으론 "악재"

국제 희토류 / 사진제공=뉴시스국제 희토류 / 사진제공=뉴시스


미·중 무역분쟁에 증시 희비가 엇갈리는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지속되는 불확실성 속에 '희토류'가 국내 증시 향방을 좌우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이틀 연속 상승해 전일대비 3.61포인트(0.18%) 오른 2064.86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대비 2.95포인트(0.42%) 상승해 706.93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도 어제보단 적은 금액이지만 거래소 시장에서 이틀째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하면서 무역분쟁 긴장감이 다소 줄어든 덕분이다.



화웨이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 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규모 관세에 대응할 카드로 '희토류'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을 키웠다.



미국이 대규모 관세에 이어 중국 기업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는 등 제재를 강화하자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에는 장시성을 시찰하며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자"고 발언,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할 것임을 암시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의 필수 원료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미국도 수입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미국도 희토류를 자체 채굴할 수 있지만 중국 정도의 채산성과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거의 모든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도 희토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희토류가 가장 강력한 대미 보복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짐작케한다.

희토류 원석  /AFP=뉴스1희토류 원석 /AFP=뉴스1
중국은 앞서 희토류를 무기화해 상대국을 무력시킨 전적이 있다. 2010년 댜오위다오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희토류 금속 수출을 금지, 사과를 받아낸 일이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희토류 수출 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을 점친 희토류 테마주들은 이틀 연속 올랐다. 유니온 (5,760원 ▲170 +3.04%)은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 9% 급등했고 혜인 (5,460원 ▼100 -1.80%)은 6%대, EG (8,290원 ▼160 -1.89%)는 2%대 올랐다. 이들은 희토류 대체제가 될 희귀금속을 생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랴트공화국과 함께 희토류 공동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쌍방울 (269원 0.00%)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받고, 또다시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보복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도 올랐다.

희토류가 북미 관계를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북한은 4800만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사실이면, 북한은 중국에 이어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다.

그러나 희토류 수출 중단은 곧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소다.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경제 특성상 미국과 중국의 난타전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국내 증시 역시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한 성향을 보인다.

김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 공포 아래 있던 주식시장이 미국의 화웨이 거래 제한 완화조치로 한숨 돌렸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며 "한국 증시의 변동성은 과거 평균대비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극단의 조치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쪽 모두 피해가 큰 탓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수입차 관세부과 행정명령 시기를 6개월 유예한 것에서 알수 있듯,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통상마찰 전선 확대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일진일퇴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익히 알려진 카드를 재활용하는 성격이 짙고 앞으로 양측 갈등이 피크아웃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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