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길·바닷길 열리는데…하늘길만 포화"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19.05.2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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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관문공항의 미래/上]②동남권에 '관문공항' 필요한 이유

"땅길·바닷길 열리는데…하늘길만 포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맞닿아 있다. 향후 한반도종단철도(TKR)-중국횡단철도(TCR)-몽골횡단철도(TMGR)-만주횡단철도(TMR)-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연결되면 한반도 동남권은 태평양에서 동북아·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인적·물적 출발점이자 물류의 관문이 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육·해·공 글로벌 복합교통망(Tri-port: 부산 신항만 + 동남권 관문공항 + 유라시아 철도)을 중장기적으로 구축해 부산이 유라시아 관문도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이 같은 구상에서다. 땅으로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유라시아철도를 연결하고 바다로는 부산 신항만을 물류허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하늘길은 아직 거점을 정하지 못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후보지로 거론되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모두 2011년 발표된 입지평가에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지만 지난 4월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은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으로 역할을 수행하기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호산, 경운산 등 공항 인근 저촉장애물이 존재하는데다 늘어나는 동남권 항공수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당초 김해공항 이용객이 2020년에 1637만명(2016년, ADPi 용역결과)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 이 수치는 2017년에 이미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이용객이 16.9%씩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김해공항 이용객은 2050년 3964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동남권 거점기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최근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부합한 수용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재난 발생 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관문공항을 지으려면 단순히 활주로 한두개 더 늘리는 수준의 확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실 ‘관문공항’은 정부의 공항 위계에는 없는 용어다. 우리 정부는 공항을 △중추공항 △거점공항 △일반공항 △소형공항 순으로 위계를 설정하고 있다. 중추공항은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현재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전세계 항공시장의 항공수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점공항은 권역 내 국내선 수요와 중·단거리 국제선 수요를 처리하는 공항을 뜻한다. 김포, 청주, 김해, 대구, 무안, 제주 등 6개 공항이 거점공항이다. 일반공항은 주변지역의 국내선 수요 위주로 처리하는 공항으로 원주, 양양, 울산, 포항, 사천, 울릉, 광주, 여수, 군산, 흑산공항 등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관문공항을 우리 정부 공항 위계에 맞춰 정의하자면 ‘제2의 중추공항’으로 봐야 한다는 게 다수 항공전문가들의 견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물동량 세계 6위인 부산신항과 미래 유라시아 철도의 기종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관문공항이 건설된다면 완벽한 ‘트라이포트(Tri-Port)’가 구축되는 것”이라며 “침체된 부울경의 경제를 견인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문공항은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넘어 각종 기반시설과의 연계가 가능해야 하며 그로 인한 유발 효과가 극대화 되는 곳에 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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