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돈 주고는 안본다? 유료화해도 잘 나갑니다"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5.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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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포트, 얼마면 사시겠습니까]⑤ 최성환 독립리서치 알음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외국계 리포트에 비해 파급력이 약하다. 비슷한 내용에 유독 낙관적인 시각, 실제 주가·실적과 차이가 큰 괴리율에 공짜로 제공되다 보니 투자자 신뢰도가 낮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리포트 유료화 등 금융정보를 차등화하려는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돈을 받되 질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을 짚어봤다.

"증권사 리포트 돈 주고는 안본다? 유료화해도 잘 나갑니다"


'증권사 리포트는 무료'라는 인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독립리서치 알음은 올해부터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독립리서치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는 이미 활성화된 사업분야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처음 알음이 문을 열었을 때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최성환 알음 대표는 "매수 일색, 실제 주가와 목표주가의 괴리율 확대, 고점에서 또는 아니면 말고 식의 종목 추천 보고서로 땅에 떨어진 투자자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에서 설립됐다"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리서치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설립해 지난해 유료 전환에 성공한 것은 다른 증권사 리포트들과 차별화된 내용 덕분이다. 알음은 매주 1건의 정기 보고서를 내고 주식 시장 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가 있을 때면 스팟 보고서를 낸다. 지난해 50여건의 보고서를 발간했고, 성과는 눈에 띈다.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알음이 발굴한 풍국주정, 아난티, 도화엔지니어링, 인텔리안테크, 파워로직스 등 종목은 주가가 2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따른 돈육 관련주, 택배 시장 확대에 따른 제지 산업·창고 업체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대두 가격 하락과 이를 원재료로 한 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을 앞서 제시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가입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정기리포트가 발간되는 월요일에는 약 800명 정도가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유료 전환 4개월여 만에 가입자 수는 400여명을 넘어섰다. 무료로 제공하던 리포트를 매월 99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유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을 때 우려도 컸다. 과연 사람들이 리포트를 돈을 내고 살 것인지, 또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산 측면에서 무료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유료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최 대표는 "주요 증권사들은 리포트를 홈페이지에 먼저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해져있고, 수익 구조가 펀드매니저들의 영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바뀌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와 다른 시각에서 가치있는 정보 제공을 위해 유료 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수백 만원을 내고 주식 정보를 얻는 유사투자자문 관련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며 "인사이트가 담긴 정보를 만들고, 투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초점을 맞췄고, 분명 필요한 투자자들이 모일 것이라는데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주요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소액 투자자들이 무료로 고급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료 리포트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자들이 배경을 알 수 없는 유사투자자문사 등에 고액의 정보제공료를 주고 주요 증권사들이 무료로 공개한 내용을 받아보는데 그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를 제공받아 위험한 투자로 이어지는 시장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최 대표는 "좋은 정보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필요한데,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다른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며 "정보를 제공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시장이 될 때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들이 독립적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때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양질의 정보가 생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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