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봉 2억 한전 사장도 할인… 전기요금 1.3조 깎아줬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9.05.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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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금감면정책 압박에 감면액 3배 이상 확대… 전문가 "필수사용공제 폐지 등 왜곡된 요금체계 정상화 시급"

[단독]연봉 2억 한전 사장도 할인… 전기요금 1.3조 깎아줬다


한국전력 (22,100원 ▼50 -0.23%)이 지난해 일반 가정 전기요금을 1조3000억원 넘게 감면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 등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감면된 금액이 절반이 넘는 7564억원에 이르는데, 왜곡된 요금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한 총 요금감면제도 지원실적은 1조3104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필수사용량보장공제 감면이 3964억원(958만 가구)으로 제일 많았다. 전기 사용량에 따라 가구당 최대 4000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로, 연봉이 2억원이 넘는 김종갑 한전 사장까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언급해 논란이 된 제도다.



또 7~8월 주택용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3600억원(1670만 가구)을 깍아줬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할인'은 △3자녀·출산가구·대가족 1822억원( 155만8000가구) △장애인가구 1311억원(66만4000가구) △기초수급가구 1257억원(71만2000가구) △사회복지시설 896억원(12만6000가구) △차상위가구 204억원(21만1000가구) 등이었다.

주택용 전기요금 감면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요금감면 규모는 복지할인을 중심으로 4000억원 안팎이었는데 필수사용량보장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여름철 한시적 완화 조치 등을 시행하면서 급격히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요금감면 규모가 앞으로 상시화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다음 달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2016년과 지난해 여름철 단계별 전기사용량을 늘려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줬던 누진제 완화 정책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이 해마다 부담해야 할 손실은 연간 28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판매수익이 1년 전 보다 2조2000억원 늘었는데도 2080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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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사용량보장공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정부는 2016년 12월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월전기사용량이 200kW 이하(월전기요금 최고 1만9000원)인 가구에 최대 4000원 할인 혜택을 주는 이 제도를 도입했다.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가구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막상 제도 시행에 들어가자 고소득 1인 가구에게 요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비정상적 사례가 빈번히 확인됐다. 기준을 전기사용량만으로 했기 때문이다. 요금감면 대상 958만 가구 가운데 실제 취약계층은 2%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한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 교수는 “요금체계를 바로잡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차상위 계층에 한해 에너지바우처 등 복지제도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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