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리스크 경감형 주담대 판매 '저조'…예정된 실패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9.05.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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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간 최급액 1550억원, 주담대 2%…금리 상승기 대비했으나 금리 하락기

금리리스크 경감형 주담대 판매 '저조'…예정된 실패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를 대비해 내놓은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가 시원찮다. 대출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예정된 실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는 1100건, 1550억원 취급됐다.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는 월상환액을 고정하거나 대출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는 상품으로 지난 3월18일 15개 시중은행이 일제히 출시했다. 월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는 금융위원회가 고안했고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감독원이 과거 지방은행 상품을 벤치마킹에 제안했다.



상품이 출시된 3월과 그 다음달인 4월 은행권 주담대는 총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은 신규로 취급한 주담대에서 상환액을 뺀 수치로 상환액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신규 취급된 주담대는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는 전체 주담대의 2%에 불과한 셈이다.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 판매가 저조한 건 예상됐다. 우선 해당 상품은 금리가 오를 것을 대비해 만든 상품인데 올해 들어 대출금리가 꾸준히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주담대 평균금리는 지난해 12월 3.19%에서 올해 1월 3.12% 2월 3.08% 3월 3.04%로 낮아졌다.



시중은행 금리도 꾸준히 하락중이다. 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하는 주담대 대출금리는 지난해말 3.18~4.68%였지만 지난 16일에는 3.07~4.57%까리 떨어졌다. 혼합형(고정) 금리도 지난해말 2.85~4.35%였지만 최근 2.69~4.19%로 낮아졌다.

게다가 해당 상품은 기존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월상환액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변동금리에 0.2~0.3%포인트를 더해 정해진다. 금리상한형 주담대 금리는 기존금리보다 0.15~0.20%포인트 높다. 향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부담이 되더라도 가입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오히려 금리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2017년 5월 이후 23개월만에 하락한 것도 금리 상승시가 끝났다는 증거로 꼽힌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전체 조달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인 잔액 기준 코픽스가 하락했다는 건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보다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금리 상승기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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