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한일관계…외교장관 회담 앞두고 '강제징용' 중재위 요청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05.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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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부 "신중히 검토" 양자협의 이어 거부할듯...22~23일 외교장관 회담 주목

【파푸아뉴기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레스비 APEC하우스에서 열린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간담회에 참석해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17.   pak7130@newsis.com  【파푸아뉴기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레스비 APEC하우스에서 열린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간담회에 참석해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17. [email protected]


오랜 냉각기에 빠져 든 한일 관계가 이번 주 열리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입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국 관계 정상화와 복원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없지 않지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이견 탓에 관계 호전 가능성은 장담하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중재위원회 개최' 요구로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일 외교장관 22~23일 회담, 日 강제징용 '중재위' 요청



20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오는 22~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때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외교당국간 협의는 마무리된 상태로 고노 외무상의 출장을 위한 일본 의회의 승인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각의 경우 국외출장을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회는 보통 출장 일정이 임박해서 승인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장관이 만나는 것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레이더 갈등,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독도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쉽지 않은 협의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이날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개최’를 우리 측에 요청하면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간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정부간 양자협의를 한국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으나 우리 정부가 사실상 거부하자 다음 수순인 중재위 개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제재관세 부과와 주한대사 소환 등 보복조치를 취하기 전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간 양자협의처럼 중재위 요청도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성사되지 않는다. 정부는 중재위 개최에도 동의하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한 제반 요소를 감안해 (중재위 개최를)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 외에도 한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해제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담에서도 관계 개선의 물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뉴시스】배훈식 기자 =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8.02.   photo@newsis.com  【싱가포르=뉴시스】배훈식 기자 =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8.02. [email protected]

◇日방위상 "한국과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

한일 외교당국간 진행되고 있는 팽팽한 신경전과 함께 국방·안보 채널에선 관계개선의 신호도 일부 감지된다.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지난 18일 오이타(大分)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 한국이 힘을 합하지 않으면 국가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며 “다음 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정 장관과 회담하는 방안도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이와야 방위상의 언급대로 국방장관회담이 성사되면 초계기-레이더 문제 등 한일간 갈등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는 모멘텀이 다소나마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예상 밖의 진전된 합의를 이루고 국방장관회담에서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가 확인된다면 다음달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 의원간 교류행사도 관계개선에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한의원연맹은 지난 1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일의원연맹과의 합동간사회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연내 일본에서 예정된 두 연맹의 합동총회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방한이다. 양측은 강제징용 등 현안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한반도평화번영포럼 소속 의원들은 1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의원단은 자민당 총무회장,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을 면담하고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21일에는 자민당 외교조사회 임원진과도 회동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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