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모 술집에 출동한 경찰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대림동 경찰폭행' 영상으로 알려진 이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논란이 일며 여경 무용론 등이 점화됐다. /영상제공=서울 구로경찰서
남성 경찰이 만취해 보이는 여성 취객에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성추행에 가까운 신체 접촉이 있지만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벌리고 필사적인 무대응을 합니다. "건드리면 끝이다" 같은 웃픈 댓글이 보입니다.
이달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찰의 만취 취객여성 대응 영상. 영상 속 남성 경찰관이 만취한 취객에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상=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신고 당사자나 목격자가 "적절했다"고 말할 정도로 취객에게 나름 대응한 여경에겐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손을 쓸 수 없어 두 손 들고 있는 경찰에겐 '안쓰럽다'는 동정 여론이 나옵니다.
경찰과 취객의 성별이 뒤바뀐 점을 제외하면 동일한 사건인데 말이죠. 두번째 영상 속 경찰이 여성이었다면, 여성 경찰관이 취객을 번쩍 들쳐 메거나 끌고 갔다면 박수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 지역 지구대에서 일하고 있는 한 남성 경찰은 '대림동 여경' 논란에 대해 "취객의 저항이 거세거나 부상 위험이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테이저건을 포함해 한 단계 높은 대응도 가능하지만 당사자의 부상이나 뒤따를 수 있는 각종 소란을 고려하면 가능한 장구 사용을 피하고 싶다고 합니다. 취객을 '멋있게' 제압하지 못하는 건 여성 경찰관 뿐만 아니라 남성 경찰관에게도 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 대응을 얼마나 적절히 했는지 여부입니다.
현장의 목격자나 일선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대림동 여경' 영상 속 주인공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지기 전에 '여경 무용론'이 들끓는 배경에 성차별 혹은 여혐 시각이 자리했다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혐오가 늘 논란의 그림자에 모습을 숨기고 갈등을 조장하듯, 이번 사건 역시 본질보단 남과 여로 나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경찰 조직 내 여성 역할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여성 경찰관을 남성 경찰관 활동의 보조자로 취급하거나, 홍보수단 쯤으로 여겨온 고정관념과 그에 따른 실책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성 경찰관 일색 홍보영상이나, 응시자에게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도록 하는 지나친 '배려'를 굴욕적으로 여기는 여성 경찰관도 다수라고 합니다.
경찰 내 여성 역할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혐오와 왜곡에서 출발한 극단적 '여경무용론'은 경찰 내부의 여성 인력 뿐만 아니라 치안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옵니다. 이번 논란이 경찰 내 여성인력의 적절한 활용과 치안서비스 향상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