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잃었다…'화웨이 쇼크'에 美 반도체 업계 '휘청'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5.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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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사실상 화웨이와 거래 금지…中에 반도체 공급하던 美 기업 주가 급락

지난 15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화웨이 신제품 발표 행사장에 걸린 화웨이 로고. /사진=AFP지난 15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화웨이 신제품 발표 행사장에 걸린 화웨이 로고.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제품 공급을 사실상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반도체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 조달이 막히면서 화웨이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미국의 30개 반도체 기업 주가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주가지수(SOX)가 1.7% 내린 1430.11로 장을 마쳤다. SOX는 장중 한때 2.3% 급락했지만 후반부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3% 상승 마감한 것과 대비됐다.



미 반도체 기업 주가가 휘청인 것은 큰손 고객인 중국 통신장비 업체와의 거래가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중싱퉁쉰(中興通迅·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겨냥해 정보통신 보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화웨이 매출이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통신주파수 반도체 전문회사 코보(Qorvo)와 스카이웍스 솔루션스 주가가 각각 7.1%, 6% 하락했다. 데이터 전송 반도체 전문 기업인 인파이 주가는 무려 13% 넘게 떨어졌는데, 이 회사의 화웨이 의존도는 10% 중반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2.7% 빠졌고, 웨스턴 디지털 주가도 2.5% 하락했다.



화웨이는 현재 약 92개의 주요 거래처로부터 매년 670억달러(약 80조원)어치의 반도체 관련 부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투자은행 코웬의 크리스 크루거 연구원은 "화웨이 제재로 미·중 간 무역 긴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화웨이 보호를 위해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미국 기업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수출관리법은 원칙적으로 미국 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25% 이상 포함된 제품은 모두 적용된다. 예컨대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 부품이 4분의 1 넘게 사용했다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는 것이다.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콘덴서를 납품하는 일본의 무라타제작소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도 피해가 예상된다. 화웨이의 한 직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과의 거래가 어려워지면) 스마트폰보다 통신기기에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5세대(G) 통신장비 공급이 늦어져 다른 나라의 5G 서비스 시행도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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