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그해 늦봄의 어느 토요일 아침, 아내는 임신 중인 몸으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게 5월 17일이었다. 그리고 5월 18일, 나는 군인으로서의 일상 속에서 그날을 맞고 또 보내야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주에서 5‧18 기념재단에 대한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된 뒤에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당시 5‧18 기념재단은 200억원 수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법적 지원근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순간 번뜩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국가가 5.18 기념재단에 200억원을 일시에 지원하기는 어렵지만 추진하고 싶은 개별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5‧18 기념재단도 종잣돈이 아니라 당장 사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하기로 5.18 주역분들과 합의를 이루어 내고 보고를 드리자 노 대통령께서는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지금 5‧18 기념재단은 민주인권상시상식 등 여러 사업을 통해 5‧18 정신의 세계적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광주가 한국의 민주화 성지를 넘어 아시아의 민주화 성지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어려워 보였던 5‧18 기념재단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가 풀린 것처럼 지금 우리에겐 5‧18 역사왜곡 처벌 특별법의 제정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출범이 시급하다. 또 다시 5월이다. 5‧18 민주묘지 앞길엔 이팝나무들이 소복한 흰 꽃을 피우고 있다. 강대강 대치만 있고 정치가 실종된 국회, 5‧18의 역사적 의미를 바로세우고 왜곡과 폄훼를 멈출 국회의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