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부동산 펀드 '과세'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9.05.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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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승승장구하던 사모 부동산 펀드 시장이 세금 폭탄이라는 뇌관을 만났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내 사모 부동산 펀드가 보유한 36조원 규모의 토지에 대한 분리 과세 방침을 내년부터 폐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다.

지금까지 사모 부동산 펀드의 토지에 관한 보유세는 분리 과세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면 내년 재산세부터 개정된 세율이 적용돼 관련 업계는 8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6~7%대 '하이 싱글 디짓'(높은 한자릿수)의 수익률로 변동성 장세 속 '큰 손'의 투자 피난처로 각광받았던 사모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시장에선 법 개정으로 국내 사모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0.23~0.4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사항은 정부가 과세표준인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사모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소수 자산가들의 전유물인 사모 부동산 펀드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일반 국민들과의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아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팩트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세제 개편에 따른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보호하고자 했던 일반 국민들이 입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사모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큰 손들은 소수의 고액 자산가들이 아니라 국민연금, 공제회와 같은 연기금이 대부분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국내 부동산에 약 7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연간 170억원의 보유세를 추가로 내야할 판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투자 비용을 증가시켜 국민의 노후자산인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국내 투자를 계획했던 자금이 부동산외 투자처나 해외 부동산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시장이 쪼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대체투자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정부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부동산 펀드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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