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투자 고민해봐야죠"...코스닥 CEO 남북경협 '열공'

이대호 MTN기자 2019.05.15 15:28
글자크기
코스닥 상장사 CEO들이 남북경제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100명 가까운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 해결 전망부터 남북경협, 실제 북한 투자를 위한 고려사항까지 스터디했다.

15일 코스닥협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코스닥 상장법인 최고경영자 조찬세미나'에 약 100명의 CEO가 모였다. 이들은 이날 세미나 주제인 남북경협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강연 하나 하나 경청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북핵 문제 해결 전망과 남북경협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고,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북한팀장은 '코스닥기업을 위한 남북경협 성공 노하우'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신기술 산업의 새 거점으로서의 북한'을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15일 코스닥 상장법인 CEO들을 대상으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사진-코스닥협회

정세현 이사장은 "병이 생겼으면 그 발병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며, 과거 반복돼 온 북핵 문제와 북미협상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과 미국의 비사에 CEO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정 이사장은 북한이 1992년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협상 제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이 '북미수교(조미수교)'라고 강조했다. 1994년 10월(제네바 합의), 2005년 9월(6자회담, 9.19 공동성명) 당시도 마찬가지로 수교 즉, 체제보장을 요구해 왔다는 것.

이에 따라 북핵 문제도 수교와 떼놓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확실히 북한은 수교만 해주면 핵 안 만든다는 것을 밝혀왔다"며, "핵 활동 중단과 북미수교는 한 세트"라고 말했다.


1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스닥 상장법인 최고경영자 조찬세미나에서 CEO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사진=코스닥협회

정 이사장은 과거 북한 붕괴론을 믿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 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체제 붕괴를 기다리는 시간에 김정일과 김정은은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왔고 결국 워싱턴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것을 보면 체제붕괴가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북핵 문제를 풀려면 결국 수교 문제가 결론 나야 한다"며, "평화체제로 가야만 수교할 수 있고, 평화협정을 하려면 수교까지 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것은 '순서'라고 내다봤다. 정 이사장은 "수교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연락사무소 개설까지는 쉽지만, 수교는 미 의회 승인과 군사적 조건(감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미 의회 판도로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중에는 수교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연락사무소 개설은 대통령 결정으로 가능하고, 연락사무소만 개설되면 수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투자를 위한 제도를 공부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북한팀장(조세그룹 대표 변호사)이 북한 투자 사례와 리스크 분석, 계약을 위한 체크포인트, 부동산 권리보장, 세금과 임금, 송금, 분쟁 조정 등에 관한 현실을 전했다.

CEO들은 '과거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기업 손실 보상'과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사안을 질의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 경제 상황과 경협 여건을 전망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남북경협 여건 변화부터 북한의 정보·과학기술 실태, 비핵화 시대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전략, 신남북경협 시대의 개막 가능성 등을 강연했다.

특히 양 부총장은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개혁 조치를 비교하며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시장을 합법화 하면서도 계획경제 밖의 존재로 인정한 반면, 김정은 시대에는 시장을 계획경제 체계 내에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시장의 지위가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장의 제도화가 법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고, 최고지도자의 공개적 언급이 빈번해졌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 경제개혁 조치 시행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개혁의 범위가 기업과 농업, 무역, 가격, 재정에 이어 계획시스템과 금융까지 넓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정재송 코스닥협회장(제이스텍 대표이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스닥 기업들이 혁신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남북협력 논의 등 남북경제협력 문제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송 코스닥협회장이 15일 조찬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코스닥협회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