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맨체스터서 빛난 '넥쏘'…"유럽 디젤차 시장, 수소차로 바꿀 것"

머니투데이 맨체스터(영국)=권혜민 기자 2019.05.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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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리아 유레카데이]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인터뷰…"유럽은 현대차 수소차의 고향, 적극 공략 계획"

1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빅토리아 웨어하우스에서 열린 '2019 코리아 유레카데이' 행사장 앞에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넥쏘'가 전시돼 있다./사진=권혜민 기자1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빅토리아 웨어하우스에서 열린 '2019 코리아 유레카데이' 행사장 앞에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넥쏘'가 전시돼 있다./사진=권혜민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빅토리아 웨어하우스.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컨퍼런스인 '유레카 글로벌 이노베이션 서밋'(EGIS)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수백 명을 흰색 자동차 한 대가 맞이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NEXO)'였다.

행사장 입구 바로 앞에 홀로 세워진 차에 눈길을 주지 않는 이는 없었다. 많은 기업인과 연구자들이 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차를 살펴봤다. 수소차와 넥쏘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읽어보고, 일부는 근처에 있는 관계자에게 주행 성능이나 충전 방법을 묻기도 했다.



이런 광경을 둘러보던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은 "유럽은 현대차가 만든 수소차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의미를 평가했다.

'코리아 유레카데이' 참석차 맨체스터를 찾은 김 상무는 머니투데이와 현지에서 한 인터뷰에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은 우리에게 큰 기회이자 중요한 시장"이라며 유럽시장을 공략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현대차에서 수소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상무에 따르면 유럽은 현대차 수소차 사업 역사의 첫 장을 장식한다. 시장이 무르익기 전부터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에 주목한 곳이 유럽이었다.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 FCEV'를 내놨다. 자동차 업계 판도를 흔들 혁신적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기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때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 시청이 투싼 차량 15대를 구입했다. 현대차는 영국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런던 택시 5대를 수소차로 개조하는 과제에도 참여했다.

현재 현대차는 유럽시장에 수소차를 가장 많이 팔고 있는 회사다. 상대적으로 미국시장에 주력하는 일본 도요타와 달리 유럽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유럽 수소차 시장은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부족하다'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환경규제 강도가 높아져 수소차 잠재 수요가 확대됐다. 유럽연합(EU)은 승용차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EU는 자동차 업체별로 판매되는 전체 신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당 130g을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당 95g, 2025년 81g, 2030년에는 약 50g 수준으로 규제 수준이 대폭 강화된다. 수소차를 포함한 무공해차의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상무가 1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빅토리아 웨어하우스에서 열린 '2019 코리아 유레카데이' 행사장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김세훈 현대자동차 상무가 1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빅토리아 웨어하우스에서 열린 '2019 코리아 유레카데이' 행사장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
수소차 공급은 이같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유럽은 일찌감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에 주목해 기술 개발과 인프라 조성에 앞장서 왔다. 독일은 2008년 국가수소연료전지기구인 'NOW'를 설립해 국가 차원에서 수소차 연구에 착수했다. 유럽 차원에선 전담기구로 'FCHJU'를 두고 수소연료전지 개발 과제를 총괄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은 마련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수소차 양산과 보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김 상무는 "유럽은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연료전지 기술까지 다방면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주도적으로 나서서 차량을 대량 공급하는 회사가 없다"며 "차량을 많이 보급할 수 있지만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의 어려움을 겪는 한국과는 정반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유럽시장의 상황은 현대차에게는 분명한 기회다. 현대차는 특히 승용차를 넘어 수소버스, 수소트럭 등 상용차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럽은 최근 상용차에 대한 환경 규제도 강화하는 중이다. EU는 소형상용차의 CO2 배출량을 2021년 대비 2025년에 15%, 2031년에는 30% 저감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각국의 개별 규제도 점점 강력해지며 디젤차가 설 곳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예컨대 스위스의 경우 총 중량 3.5톤 이상의 화물차에 대해 주행세를 부과한다. 대신 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해 준다. 연간 10만㎞를 주행하는 대형 트럭의 경우 한 해 내야 하는 세금만 1억원에 이른다. 이를 감안하면 수소차의 수익성은 더욱 높아진다.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차의 매력은 더 커진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같은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주행거리가 길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용차에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승용차와 달리 상용차의 경우 수소차를 제외하고는 디젤차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며 "상용차 시장은 수소차의 독점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심 물류 사업을 중심으로 수소차의 활용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이를 중점 공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최근 스위스 'H2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2025년까지 수소트럭 16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거점으로 유럽 전역의 수소 상용차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수소 상용차 기술 수준은 승용차만큼 완벽하지 못하다. 특히 상용차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내구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김 상무는 "2023년 이후면 어느 정도 기술 수준이 성숙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2025년 수소트럭 투입을 위해 철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상무는 이날 함께 행사에 참석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만나 유럽진출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 차관은 행사장 앞에 세워진 넥쏘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운전석에 오르기도 했다. 김 상무는 직접 옆자리에 앉아 간단한 작동법 등을 안내했다. 그는 정 차관에게 "유럽과 관계를 더 돈독히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수소와 관련해 유럽의회, EU 집행위 등과 더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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