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 좀 가족끼리 하면 안 되나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5.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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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퇴색되고 개인주의 분위기 강해지며 '돌잔치 기피현상' 생겨나

"돌잔치 좀 가족끼리 하면 안 되나요?"


경조사의 계절 5월, 각종 행사로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잇따른 경조사로 인한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축의금 지출로 지갑이 얇아진 이들 사이에선 경조사 문화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불참하고 싶은 경조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직장인 5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 '그다지 참석하고 싶지 않은 경조사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경조사는 단연 '돌잔치'다. 같은 조사에서 직장인이 참석을 꺼리는 경조사 1위에 '평소에는 왕래 및 연락도 없다가 뜬금없이 초대해 오는 결혼식이나 돌잔치'(55.5%)가 올랐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21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부담을 느낀 경조사가 '돌잔치'라고 답한 응답자 23.9%로 가장 많았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직장 동료가 돌잔치에 초대하면 다들 서로 눈치를 본다. 가기 싫은 건 한마음 한뜻인데 초대받았으니 누군가는 가야해서다. 저번엔 제비뽑기해서 돌잔치 갈 사람을 정했다. 나머지는 그 사람 편에 축의금만 보냈다"고 전했다.

직장인 윤모씨(28)는 "얼마 전 같은 팀 과장님 아들 돌잔치를 다녀왔다. 왕복 3시간 거리였다. 돈만 보내고 싶었는데 직속 상사라 안 갈 수 없었다. 직장인에겐 주말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한데.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돌잔치 기피 현상은 태어나서 100일도 넘기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유아사망률이 감소해 의미가 퇴색된 데다 개인주의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30을 중심으론 '돌잔치 초대는 민폐'라는 인식이 자리잡고있다. 결혼, 자녀 계획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품앗이'인 경조사비를 돌려받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

직장인 이모씨(27)는 "결혼 생각이나 의사가 없는 이들에겐 결혼식, 돌잔치 등 경조사비가 큰 부담이다. 그래도 결혼식까진 축하하는 마음으로 축의금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돌잔치는 좀 그렇다. 주변 친구들도 돌잔치는 정말 반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 정모씨(29)는 "돌잔치는 초대하는 사람이 이기적이다"라며 "돈 때문에 부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 지인은 애 돌잔치 때 봉투 든 손가방 보여주면서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돌잔치 초대가 민폐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최근에는 가족 등 소규모 인원만 초대하는 '작은 돌잔치'가 유행하고 있다. 기성세대와 달리 경조사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젊은 층 사이에선 돌잔치를 간소한 가족 식사로 대체하기도 한다. 돌잔치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배우 소이현은 한 방송에서 "첫째 땐 크게 돌잔치를 했다. 둘째까지 크게 하면 민폐라고 생각해 서른명만 모셔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업주부 고모씨(35)는 "작년에 아들 돌잔치를 간단히 했다. 돌상은 대여하고 집에 직계 가족만 불러서 밥 먹고 끝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박모씨(29)는 "돌잔치 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다. 가족끼리 하는 게 좋은 것 같긴 하지만 다른 사람도 초대할 순 있다고 생각한다. 단, 안 간다고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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