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반격에는 이유가 있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05.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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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지고도 이기는 싸움' 전략 취하는 중국, 강경태도로 선회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한 방으로 촉발된 상하이 증시의 하락폭은 -5.6%에 달했다. 전날 트럼프는 무역협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10일부터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상하이증시는 변변한 반등을 제대로 시도해보지 못한 채 5.6% 급락했다.

◇-5.6% vs -2.4%
13일은 중국이 미국에게 반격을 가할 차례였다. 그날 저녁 중국 정부는 600억 달러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6월 1일부터 최대 25%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는 2.4% 하락하는데 그쳤다.



상하이증시와 뉴욕증시의 하락폭 차이는 미중 양국의 비대칭적인 양국 교역 의존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규모는 1203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대중 수입규모는 5395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4192억 달러에 달했다.

상대국 제품을 훨씬 많이 사는 미국의 입김이 아무래도 셀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트럼프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무역협상에 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민일보와 CCTV가 대미 강경태도를 공식화한 후 보복관세 발표
그런데 5일 트럼프의 트윗을 기점으로 중국 내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인민일보 1면에는 ‘중미의 경제무역협력은 정확한 선택이지만, 협력에도 원칙이 있다’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당국가체제인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가장 중요한 매체다.

사설에서는 협력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으며 중국은 중대한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의 핵심이익과 인민의 근본이익을 수호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의 존엄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중국 국영방송사인 CCTV도 13일 저녁 7시 ‘신원리엔보’(新聞聯播)라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서 의미심장한 논평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전면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끝냈다’라는 제목의 논평이었다.


앵커는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은 일찌감치 태도를 분명히 했다. 싸우고 싶지 않지만,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부득불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애용하는 '당근'과 '채찍' 전술에 대해서도 언급을 잊지 않았다. “협상하려면 문은 활짝 열려있지만, 싸우겠다면 끝까지 함께 가주겠다”였다. 한번 끝까지 해보자는 얘기다.

13일 인민일보 사설과 CCTV 논평에서 보여준 중국의 태도는 이날 저녁 늦게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관세보복 조치를 발표한 조치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6090개의 ‘좋아요’가 달린 댓글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신원리엔보의 동영상을 퍼 나르며 중국 정부의 단호한 태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관영지인 환구시보가 SNS에 올린 신원리엔보 포스트에 달린 댓글 중 하나에는 모두 609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방송을 보면서 흥분했다. 중국 인민은 어떠한 위협도 두려워하지 말고 단결해서 분발해야 한다”는 댓글이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지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트럼프의 강한 '채찍'전략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트럼프에게 더 이상 끌려 다니다가는 설령 무역협상을 타결하더라도 중국인들에게 유약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 있고 이기고도 지는 싸움이 있다. 중국은 아직 미국과의 정면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강대강으로 충돌하면, 미국한테는 지더라도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싸움을 하게 된다. 바로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다.

중국 지도부에게 경제(미중 무역전쟁)와 정치(중국인 지지 획득)에서 다 이기는 게 최선의 경우지만, 경제에서는 지더라도 정치에서는 이기는 차선의 경우도 선택가능한 대안이다. 경제와 정치에서 모두 지는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한다.

중국의 도전은 동시다발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3일 중국이 제출한 ‘WTO 개혁건의안’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중국은 미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어떤 국가의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가 WTO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처럼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정면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수면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첫 번째 기회는 다음달 6월 28일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다. 이때 진행될 트럼프와 시진핑의 무역담판이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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