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반대론 vs 실제 결과는 달랐다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9.05.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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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경제문제의 근원인 양 비판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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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반대론 vs 실제 결과는 달랐다


지난해 대부분의 경제 논란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고, 물가는 상승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경제성장이 부진할 것으로 주장했다.



지난해 취업자가 9만7000명 증가에 그쳤고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까지 올랐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2.7%를 기록했고 소득분배지수는 악화됐다. 이런 결과로만 보면 소득주도성장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이 상당부분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높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감소, 물가상승, 소득감소 등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왜곡한 통계 수치를 경제악화의 근거로 내세우며 오히려 주장의 허구성과 취약함만 증명했다. 애초에 고용, 물가,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 중 최저임금만 따로 떼어 분석했다는 것 자체가 신빙성이 결여됐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명이상 전산업 근로자의 18~24% 정도로 주로 자영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됐고 알바생들이 일하는 편의점이 대표 업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이미 편의점 수가 4만개를 넘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연간 4만3000명 증가했다.

2000~2018년까지 연간 고용수준을 비교해보면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63.1%)은 2위, 15~64세 고용률(66.6%)은 1위, 65세 이상 고용률(31.3%)도 1위, 15~29세 청년고용률(42.7%)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각각 기록했다.

실업률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 때 늘어났다. 전체 실업률은 2013~2016년 3.1%에서 3.7%로 4년간 0.6%p 증가한 반면 2017년 3.7%, 2018년 3.8%로 2년간 0.1%p 오른 것에 불과했다. 청년실업률은 2000~2012년 평균이 7.7%였으나 2013년 8.0%에서 2016년 9.8%로 1.8%p나 크게 올랐다 지난해 비로소 9.5%로 전년보다 0.3%p 낮아져 감소세로 전환됐다.


고용의 질도 개선됐다. 전체 근로자 중 임금근로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상용근로자 모두 늘었고 비율도 역대 1위다. 오히려 임시·일용직은 줄었다.

그러나 수많은 매체와 기관에서는 대표적인 고용지표인 고용률, 실업률 대신 취업자증가수를 따져 고용참사로 몰았다.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한다면서 막상 인구수를 뺀 취업자증가수만으로 판단하는 이상한 분석을 거듭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6만4000명이 줄어 취업자수도 4만8000명 감소하면서 전체 취업자증가수가 적어졌다. 앞으로는 더욱 인구가 감소할 텐데 언제까지 취업자증가수 타령을 할지 한심한 노릇이다.

게다가 고용지표는 계절변동으로 전년 대비로 1년 단위로 비교해야 하는데도 월별로 나란히 비교하거나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일부를 설명하는 고용보조지표3을 체감실업률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0.4%p 감소), 생활물가지수 1.6%(0.9%p 감소), 신선식품지수 3.6%(2.6%p 감소)로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심지어 올해는 4월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누계대비 0.5%에 그쳤다.

그런데 폭염으로 채소값이 오른 것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던 사람들 중 일부는 최근 경기침체로 물가가 낮아졌다며 디플레이션으로 말을 바꾸고 또 다른 일부는 음식값이나 커피값 등 생활물가 인상을 들먹이며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운운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은데도 양립 불가능한 얘기를 ‘투 트랙’(two track)으로 주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는 물가가 월 단위로 조금만 변동해도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번갈아 외칠 판국이다.

경제성장률은 2.7%로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196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내려오는 추세였고 지난해는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부진했다. OECD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을 제외한 OECD 35개국 경제성장률 평균이 2.8%,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이상 OECD 21개국은 2.4%로 전년보다 평균 0.2~0.3%p 가량 낮아졌다. 미국(2.9%)을 제외한 일본(0.8%), 독일(1.4%), 캐나다(1.8%) 등 선진국들 대부분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

또한 전국 가구당 실질 가계소득은 전년 대비 평균 2.5% 증가해 2012년 이후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하지만 소득분배지수는 악화됐다. 통계 표본이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크게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은 가구주 연령대가 높아지고 무직자가 다수 포함돼 소득이 감소한 반면 최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10%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통계청은 지난해 2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발표하면서 “2018년과 2017년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표본가구 구성 변화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지난해와 같은 통계 표본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음주 23일에 발표될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로 2018년과 비교하면 보다 정확한 결과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지난해를 2017년과 비교해 소득분배 격차가 커졌다면서 최저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고용수준이 높은데 소득분배가 악화됐으면 저소득층 소득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상식적인 얘기다. 또한 고용 수준으로 소득격차를 알 수 없어 소득분배지수를 보는 건데 소득격차가 커져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고용과 분배를 전혀 구별 못한 것으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고리에 갇히는 꼴이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경제문제의 근원도 아니고 반대로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다고 기업혁신이나 투자를 막는 것이 아니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다고 소득분배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견해든 경제가 잘 돌아가길 바란다면 최소한 올바른 경제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통계 왜곡은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을 지연시키는 ‘경제 바이러스’며 가장 ‘반기업적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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