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는 결국 적자기업 상장..불확실성 높아진다" 우려도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05.16 09:10
글자크기

[특례상장 시대 '명과 암']④개인 투자자 보호 문제 야기…'묻지마 투자' 주의해야

"특례는 결국 적자기업 상장..불확실성 높아진다" 우려도


아이큐어 (2,040원 ▼25 -1.21%), 네오펙트 (1,270원 0.00%), 싸이토젠 (13,980원 ▼180 -1.27%). 이 세 회사는 지난해 특례 요건을 거쳐 상장했지만, 공모주 투자자에게 쓴 맛을 안겼다. 네오펙트는 상장 이후 단 한차례도 공모가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이큐어와 싸이토젠은 상장 첫 날 장중 잠깐 공모가를 웃돌았지만, 종가 기준으로 한 번도 공모가를 넘지 못했다.



특례상장 기업은 공모 과정에서 화려하고 눈에 띄는 기술로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며 주목받지만, '묻지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례상장 기업은 기술력이나 사업성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인정받은 기업으로, 공모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관심을 받는다. 공모시장 특성상 안정성보다 성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기대감'을 먹고 사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여겨진다.



실제 공모시장에선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은 편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도 평균보다 높다. 특례상장 기업이 대체로 바이오, 헬스케어, IT, 4차산업혁명 등 '핫'한 산업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투자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반면 특례상장 기업의 대다수가 적자 회사라는 점에서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향후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아 상장했더라도 이후 산업 트렌드 및 기술 환경 변화, 전방산업 위축, 기술 개발 지연 혹은 실패, 재무건전성 악화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례상장 기업은 현재 실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실패에 따른 피해가 보다 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폐지 된 사례는 없지만, 2015년 11월 상장한 캔서롭은 2018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2015년 12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멕아이씨에스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현재 시가총액은 2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도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로 공모 과정에서 미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하다보니 투자자 사이에서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수요예측이라는 시장 평가를 거치지만 상장 첫 날 '치고 빠지기'를 통한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도 적지 않기 때문에 100% 신뢰하기 힘들다.

특히 상장 이후에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왜곡 현상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공모 과정에선 미래 가치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당장 나타나는 실적이 밸류에이션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흑자전환에 실패하거나 공모 과정에서 추정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주식시장에서 현재 형성된 시장 가치가 무리한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특례상장 기업이 급증하며 나타나는 투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미래가치를 앞세운 특례상장 기업이 공모 과정에서 높은 관심을 받아 흥행에 성공하는 반면 현재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제조회사에 대해선 투자 수요가 저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례상장 기업에 공모 시장 관심이 집중되면서 안정성을 앞세운 전통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역차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SK루브리컨츠, 드림텍, HDC아이서비스 등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로부터 외면받으며 공모를 철회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 과정에서 흥행하고 상장에 성공한 기업을 보면 대다수가 특례요건을 통해 상장한 적자 기업이고, 반대로 자산규모가 크거나 실적 안정성이 뛰어난 기업은 상장에 실패하거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코스닥 시장 전반적인 투자 안정성 측면에서도 적자 기업만 높은 가격에 줄줄이 신규 상장하는 최근 IPO 시장 분위기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특례상장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을 다르게 보면, 2015년부터 IPO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상장 여력을 갖춘 기업은 대체적으로 IPO를 완료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며 "특례상장 기업은 공모 과정에서 향후 3~5년간 추정손익을 발표하는데, 실제 상장 이후 이 같은 실적 성장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