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회장 "아시아나 인수, 100% 생각 없다"

머니투데이 레이크찰스(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1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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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투입' 한국 화학기업 중 최대 미국 공장 준공…
트럼프 "롯데케미칼 공장, 美의 승리이자 韓의 승리"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이낙연 국무총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정책조정 부보좌관. /사진=롯데그룹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이낙연 국무총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정책조정 부보좌관.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신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에 앞서 인근 로이버지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100% 없다"고 답했다.

SK, CJ, 한화, 애경그룹 등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롯데그룹은 그동안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신 회장이 공식적으로 이같이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편 중국 시장과 관련, 신 회장은 "우리 그룹에 아주 중요한 시장"이라며 "포기할 수 없고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롯데 상장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언젠가 상장해야죠"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화학 분야를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 등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3조원 투입' 韓 화학기업 중 최대 美 공장 준공
이날 공식 가동된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크래커·EG 공장은 '셰일혁명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셰일가스의 집산지 루이지애나주 ‘몽벨뷰’에서 동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작은 호반 도시 레이크찰스에 위치해 있다. 셰일가스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뽑아내는 한국 기업 최초의 공장이다.


지금까지 투자된 자금만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지은 화학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진 해외투자 중 가장 크다. 롯데케미칼과 미국 석유화학업체 웨스트레이크가 각각 88%, 12%씩 출자했다. 공장 부지는 약 102만㎡(31만평)로, 축구장 152개를 합친 크기다.

앞으로 이 공장에선 매년 100만톤의 에틸렌과 70만톤의 EG가 생산된다. 롯데케미칼은 이 공장에서만 연간 9000억원의 매출과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에틸렌 생산량 국내 1위인 롯데케미칼은 이번 미국 공장 준공으로 연간 총 450만톤의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세계 7위로 올라섰다.

통상 에틸렌은 EG로 가공된 뒤 페트(PET)병 등 플라스틱 또는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들은 에틸렌을 주로 납사(나프타)에서 뽑아냈다. 그러나 셰일가스의 부산물인 에탄에서 뽑아내면 생산비용을 약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기체인 셰일가스를 국내로 들여오려면 부피 때문에 막대한 운송비가 든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이 셰일가스의 최대 산지인 미국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지은 이유다.

◇트럼프 "롯데케미칼 美공장, 미국의 승리이자 한국의 승리"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건 2014년 2월 롯데케미칼이 액시올(현 웨스트레이크)과 합작사업에 대한 기본계약을 맺으면서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가 상대적 원가경쟁력을 잃자 해외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셰일가스 사업 계획을 접기 시작했다. 당시 취소된 프로젝트만 7건에 달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 신 회장의 결단이 주효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70달러로 오르면서 셰일가스는 다시 원가경쟁력을 회복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셰일가스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2012년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에 '셰일가스 TF(태스크포스)' 구성과 미국 셰일가스 관련 사업 검토를 지시하고, 직접 미국과 캐나다 등의 셰일가스 현장을 방문하며 사업을 진두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성취가 미국의 성취"라며 "이 공장의 발전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정책조정 부보좌관을 통해 보낸 축사를 통해 "이 투자는 미국의 승리이며 한국의 승리이고, 우리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격려했다.

신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국에 건설해 운영하는 최초의 한국 석유화학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회사 발전은 물론 한국 화학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준공식엔 이 총리와 신 회장 외에도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존 케네디 상원의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조윤제 주미대사,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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