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대체휴일로 지난 6일 휴장한 국내 증시는 7일 개장 직후부터 휘청거렸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거침없이 베팅했다. 7일 2822억원을 사들인 뒤 8일(492억원) 숨을 고르는가 싶었는데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빠진 9일엔 8156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장이 혼조세였던 이날도 3000억원 이상 샀다.
개별 종목 중에선 나흘간 삼성전자 (82,300원 ▲1,500 +1.86%)를 가장 많이 샀다. 순매수 규모는 4429억원. 이어 SK하이닉스 (180,100원 ▲1,900 +1.07%) 삼성전기 (148,200원 ▼1,700 -1.13%) 삼성바이오로직스 (842,000원 ▲9,000 +1.08%) LG디스플레이 (10,650원 ▲70 +0.66%) 현대중공업 등도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KODEX 레버리지 KODEX 코스닥 150 레버리지도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이상 매수했다.
이번 급락장에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진 것은 '미중 무역협상 해피엔딩'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개월간 시장의 기대감을 키워온 무역협상이 파국을 맞을 경우 미중 양국 모두 피해가 큰 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실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해 왔다. 무역분쟁이 확대되더라도 경기 침체로 이어질 확률도 낮다고 봤다.
급락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 하는 반면 개인의 경우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매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관과 외국인이 던지는 물량을 받아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이 출렁이면서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걸어놓은 주문이 체결된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측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측 대표단은 이날 약 90분간 협상을 진행했으며 현지시간 기준 10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중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미국은 예고대로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은 "10일 오전 0시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항공편 화물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10여시간이 걸리고 선박편의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이 늦춰지는 만큼 미국이 협상 카드를 열어놨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