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 언니만 뚱뚱하다면…'뚱보균' 탓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이민하 기자, 민승기 기자 2019.05.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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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8>프로바이오틱스](종합)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메디파트너생명공학’과 함께 치과 진료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적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도비만과 당뇨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똑같이 먹는데 왜 나만 살찌지?…원인은 '뚱보균'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8>프로바이오틱스]①장내미생물, 체중과 연관

/그래픽=김다나 디자인 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인 기자


#실험을 위해 깨끗하게 관리된 무균 생쥐 2마리가 한곳에서 똑같은 음식을 동일한 분량으로 먹었는데 1개월 후 A쥐만 비만이 되고 B쥐는 마른 상태를 유지했다. 원인은 장내 미생물(세균)이었다. A쥐에게는 비만 쥐의 장에서 분리한 미생물을 먹이고 B쥐에게는 마른 쥐의 장내 미생물을 먹인 것.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총이 변화하며 A쥐도 비만이 된 것이다.



뚱뚱해지면 같은 양의 식사를 해도 더 살이 찐다. 장내 미생물에 변화가 생겨서다. 나이가 들면 근육과 기초대사량이 줄면서 같은 열량을 섭취해도 덜 소비돼 내장지방이 쌓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만으로 비만해지거나 체중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는 계속 나온다.

9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 제프 고든 교수팀은 장내 미생물과 비만의 연관성을 쥐 실험을 통해 여러 차례 입증했다. 우선 비만 쥐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 쥐(실험 쥐)의 장에 주입한 결과 체지방이 증가한 반면 정상 쥐의 장내 미생물을 주입한 무균 쥐에서는 체중변화가 없었다. 음식의 종류와 양 등 모든 환경은 동일했다.



제프 고든 교수팀은 인체의 미생물도 똑같이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적, 환경적 영향이 비슷한 쌍둥이 자매의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도 동일한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동일한 조건에서 쌍둥이지만 비만인 언니의 분변을 먹은 무균 쥐는 비만해졌고 날씬한 동생의 분변을 먹은 무균 쥐는 정상체중을 유지했다.

이주호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장은 “비만 쥐와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무균 쥐의 체지방량과 체중이 증가한 것은 특정 장내 미생물이 비만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락토바실러스균/사진제공=쎌바이오텍전자현미경으로 본 락토바실러스균/사진제공=쎌바이오텍
비만과 연관이 있는 대표적인 장내 미생물은 퍼미큐테스(Firmicutes)와 박테로이데테스(Bacteriodetes)다. 비만인 쥐나 사람의 장에는 퍼미큐테스가 많고 마른 쥐나 사람의 장에는 박테로이데테스가 많다는 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즉 장내에 박테로이데테스보다 퍼미큐테스의 비율(F/B 비율)이 높을수록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비만 균’으로 알려진 퍼미큐테스는 독소(LPS)를 내뿜어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의 기능을 저하하는 한편 식욕 호르몬을 활성화해 단 음식을 찾게 한다. 반면 ‘날씬 균’으로 알려진 박테로이데테스는 지방분해 효소를 활성화해 체내 지방 연소와 체중감소에 효과를 주며 혈당 감소 호르몬을 활성화해 체내 혈당 수치도 낮춘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는 비만대사수술 이후에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스 리오우 팀이 2013년 ‘사이언스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위우회수술을 받은 쥐로부터 대변 이식을 받은 무균 쥐에서는 수술받은 쥐와 유사하게 체중과 체지방이 감소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장내 미생물 개선을 통해 비만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주(유익균)다. 장점막의 장벽기능을 개선해 전신의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세계김치연구소가 김치와 김치유산균 섭취에 따른 비만 개선 효과를 검증, 내년부터 비만 및 당뇨 개선 효능이 뛰어난 기능성 김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서주영 메디파트너생명공학연구소장은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한 비만이나 당뇨 치료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못한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 입증되지 못했다는 것이지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도비만인의 비만대사수술 전후를 비교하는 임상연구가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입증하는 솔루션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람은 유전적으로 개개인이 다르고 환경조건도 다르므로 개개인에게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연구는 비만·당뇨 치료뿐 아니라 암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진다. 지놈앤컴퍼니가 올 하반기 미국에서 장내 미생물 기반 폐암 항암제 임상 1상을 추진할 예정이며 쎌바이오텍이 유전자 재조합 유산균을 활용한 대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바이오리더스는 자궁경부암 신약을 개발한다.

김유경 기자

"인체속 '미생물지도' 제작…비만·면역 개선 맞춤처방"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8>프로바이오틱스]②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인터뷰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 사진제공=지놈앤컴퍼니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 사진제공=지놈앤컴퍼니
“몸속 미생물은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생성되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좋은 미생물을 되찾아주는 것만으로 면역기능과 대사 개선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6,900원 ▼150 -2.13%) 대표는 “개인별로 부족한 미생물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 ‘미생물 정보지도’를 만들면 내 몸에 필요한 미생물을 적절히 보충할 수 있는 맞춤형 파마-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을 활용한 치료제) 처방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9월 설립된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코넥스에 상장한 국내 대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연구·개발업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몸속에 있는 ‘미생물 군집’의 전체 유전정보를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피부나 구강, 기도 등부터 식도·위·소장·대장을 이루는 소화기계에 주로 분포한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력을 활용한 비만 및 면역증진 건강식품, 면역항암·난임관련 의약품, 아토피 등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한다.

박 대표는 “개인별로 유전적 요인이나 항생제 복용 정도, 수술경험, 생활환경 등 성장 과정에 따라 몸속에 보유한 미생물이 모두 다르다”며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 보유 여부에 따라 비만·아토피·알레르기·장 질환뿐 아니라 면역, 대사체계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놈앤컴퍼니는 서울대 가정의학과와 비만 억제 및 대사증진과 관련한 파일럿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본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등은 빠르면 내년 중 상용화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는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박 대표는 “동물실험에서는 특정 미생물을 주입한 경우 음식물 섭취량이 14.9% 줄면서 체중 감소 효과도 나타났다”며 “고지방식과 해당 특정 미생물을 같이 공급했을 때도 몸속 지방세포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연내 메디파트너생명공학연구소와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고도비만 프로바이오틱스 공동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항암면역과 관련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임상시험계획 관련 사전미팅을 진행했다. 이르면 연내 임상시험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다른 케미컬 신약들은 독성 탓에 부작용 우려가 크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공생하는 미생물을 기반으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항암제와 병용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바이오산업의 주요 분야로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관련 치료제 시장은 올해 2억9400만달러에서 2023년 6억49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이제 막 태동한 연구분야로 미국에서도 최근에 가이드라인이 나올 정도”라며 “국내에서는 올해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및 적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활용분야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무슨 차이일까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8>프로바이오틱스]③프리바이오틱스, 유익균 활성화 역할

형광 현미경으로 본 락토바실러스균/사진제공=쎌바이오텍형광 현미경으로 본 락토바실러스균/사진제공=쎌바이오텍
우리 몸속에는 100조마리 넘는 세균이 살고 있다. 흔히 균이라고 하면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유익균도 있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유익균’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른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속 유해균을 억제하고 배변활동과 면역조절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혈중지질 및 콜레스테롤 농도 감소 △다양한 호르몬 생성 조절 △유당불내증 개선 △만성 간질환 예방 효과 △골격형성 △성장촉진 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중 하나가 ‘유산균’이다. 유산균은 장 점막에서 증식, 젖산과 초산을 생성하고 장내 환경을 산성(pH 감소)으로 만든다. 산성 환경에 약한 유해균은 사멸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프리바이오틱스라는 ‘먹이’가 필요하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유해균 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장내 환경이 개선되면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 질환, 장 누수 증후군, 알레르기 질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또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서 장까지 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 과일, 발효식품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최근에는 ‘둘코화이버’(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지큐랩 액티브 유산균’(일동제약) 등 프리바이오틱스를 좀더 간편히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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