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인기에 삐딱(?)한 中언론… "화장한 아이돌, 기생오라비"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5.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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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학부모 사이 '진짜 사나이 캠프' 유행…"남성의 여성성이 국력 해칠 것이란 우려"

방탄소년단(왼쪽)과 중국 아이돌그룹 TF보이즈 멤버 이양천새.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이트, 이양천세 웨이보방탄소년단(왼쪽)과 중국 아이돌그룹 TF보이즈 멤버 이양천새.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이트, 이양천세 웨이보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 인기를 끌자 뜻밖에도 중국에서 '남성들의 여성화' 관련 논박이 벌어져 시선을 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 화장하거나 귀걸이를 착용하는 남성 아이돌이 등장하며 당국과 학부모 사이 남성성의 위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인다고 전했다.



BTS의 유명세에 중국에도 이른바 '여성화'된 아이돌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는 아이돌그룹 TF보이즈 멤버인 이양천새(易烊千玺)가 있다. 한국 아이돌처럼 진한 메이크업, 귀걸이를 착용한 그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팔로워 수가 733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은 남성이 정치적·경제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회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이 횡행할 때도 중국만은 피해갔다. 그만큼 마초적이고 전통적인 남성성이 강조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과 일부 학부모의 반발은 거세다. 중국 국영통신은 남성 아이돌을 두고 "기생오라비"라고 비난하며 "병들고 퇴폐적인 문화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의 '꽃보다 남자'를 본뜬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몇몇 학부모는 "화장한 남자를 롤모델로 치켜세운다"며 교육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는 올해부터 남성이 착용한 귀걸이를 블러 처리했다.

자녀를 마초 남성으로 키우는 '진짜 사나이 훈련 캠프'가 유행하기도 한다. 이 캠프는 유소년기 남학생 수십명을 영하 10도의 날씨에 웃옷을 벗고 달리게 하거나 '진짜 사나이'라고 적힌 머리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활동하도록 한다. 이 캠프를 만든 전직 교사 탕 하이얀은 "중국은 지금 남성성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아이돌같이) 여성적인 인물을 내세우는 것은 나라에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아들을 이 캠프에 보낸 어머니 첸씨는 "마초적인 성격을 점차 기를만한 좋은 기회"라고 흡족해했다. 그는 아들이 부끄럼이 많고 내향적이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야외 캠프에 참여토록 했다고 전했다.


송 강 홍콩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공포는 아편 전쟁과 주권 침탈 등 굴욕적인 역사로 중국인들 내면에 자리한 불안함을 반영한다"며 "중국 남성의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국력을 해칠 것이란 우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남성도 외모를 가꾸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리 차오(21)는 아이쉐도우, 립스틱, 파운데이션 등을 바른다. 메이크업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그는 1500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으며, 매달 3만달러(약 3549만원)에 달하는 수입을 번다. 리는 "남성이 좀더 다양한 이미지를 갖는 게 무엇이 잘못됐냐"며 "남자가 요즘 외모를 관리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주장도 인다. 젱 지아웬 난징대학교 언론학부 연구원은 "중국 남성성의 진짜 위기는 '기생오라비들'이 아니다"라며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가 떨어질까 두려워하고, 필사적으로 힘에 매달리는 남성 세대야말로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섬세한 얼굴이 작은 배포를, 마른 어깨가 약한 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시대에 뒤떨어지고 편견 어린 남성성에 등을 돌린다고 해서 국가를 배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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