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둔 자식 덕(?)'에 빛 보는 모회사 늘었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5.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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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모멘텀 부재 속 테마주만 인기…업무 연관성 낮지만 자회사 통해 숟가락 얹는 모회사

'잘 둔 자식 덕(?)'에 빛 보는 모회사 늘었다


국내 증시가 모멘텀 부재 속에 대외변수로 지수만 출렁이면서 갈 곳 잃은 투자금이 특정 테마나 이슈에 쏠리고 있다.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서라도 테마에 엮으려는 투자자 덕분에 관련 자회사를 둔 모회사들도 오름세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대외악재로 인해 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검은 10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은 지어소프트 (7,950원 ▼50 -0.63%)다. 10월말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508% 뛰었다.

지어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및 온라인 광고사업 등을 영위한다. 2013년까지만 해도 IT모바일서비스 및 솔루션, 플랫폼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IT기업이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2000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던 지어소프트가 급등한 것은 자회사 오아시스 덕분이다.



오아시스는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업체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한다. 새벽배송으로 인기를 끄는 '마켓컬리'와 동일한 모델이다. 마켓컬리의 성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오아시스마켓을 떠올리면서 지어소프트가 급등한 셈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돼지열병) 덕에 수혜를 보는 모회사들도 있다. 돈육기업과 양계기업을 동시에 계열사로 둔 이지바이오와 하림지주다.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전역에 돼지열병이 퍼진 탓에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나들이 수요가 급증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에 돈육주 수혜가 점쳐진다.


이지바이오 (3,225원 ▼95 -2.86%)는 상장 양돈기업 중 우리손에프앤지 (1,502원 ▼15 -0.99%)팜스토리 (1,584원 ▼11 -0.69%)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우리손에프앤지는 사업부별 매출 비중을 따져봤을 때 가장 순수 양돈회사다. 국내에 돼지열병이 상륙할 경우에는 육계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데, 이지바이오 (3,225원 ▼95 -2.86%)마니커 (1,180원 ▲3 +0.25%)의 최대주주다. 이에 이지바이오는 지난해 10월말부터 이날까지 30% 상승했다. 하림지주도 같은 기간 16% 올랐다. 하림지주는 양돈 계열사로 선진 (7,420원 ▲100 +1.37%)팜스코 (3,025원 ▼70 -2.26%)를, 닭고기 계열사로 하림 (3,015원 ▼15 -0.50%)을 두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체시스 (1,409원 ▲85 +6.42%)는 계열사 덕분에 돼지열병 테마를 타면서 같은 기간 121% 급등했다. 계열사 넥바이오텍이 항생제, 소독제 등 동물용 의약품과 친환경 비료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연말을 뜨겁게 달군 풍국주정 (12,100원 ▼120 -0.98%)도 자회사 덕에 수소차 테마주에 편승해 주가가 급등한 사례다. 풍국주정은 술 제조에 필요한 주정을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자회사인 에스디지가 수소가스를 생산한다는 점이 주목받아 지난해 11~12월 121% 올랐다. 올 들어서는 약세로 전환해 18% 하락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모멘텀 없는 증시에서 테마주 투자열기만 뜨거워지면서 자회사 덕을 본 모회사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체가 없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하는 기업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돼지열병 테마주는 양돈업체라는 점에서 실체가 있어보이지만, 실제 수입육 시세 등락이 국내 돈육 시세에 영향을 준 전례는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냉동보다 냉장을 선호해서다. 항생제 생산기업이나 비료업체도 마찬가지다. 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이기 때문에 손쓸 방도가 없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모멘텀이 없다보니 어떤 이슈가 생기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테마주만 오르고 있다"며 "종목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급등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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