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 허용 임신기간(주수)을 22주 이내라고 명시했다. 임신 22주는 WHO(세계보건기구)가 태아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기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일부 보건의료계에서는 낙태 가능 임신기간을 법에서 제한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제이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후기임신 중지를 두고 '그럼 출산 하루 전 아이를 꺼내 죽여도 되냐는 것이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후기까지 잘 유지해오던 임신을 갑자기 중지하려는 여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기 임신 중지를 필요로 한다면 지역·연령·장애· 질병 등에 따라 (낙태를 선택할) 시기가 미뤄지는 경우"라며 "처벌이 아니라 후기 임신중지를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요건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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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지만 후기임신중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함성 여성건강권수호협회 활동가는 "10대 뿐 아니라 성인 여성 가운데도 22~23주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고 성폭력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있다"며 "법적으로 성폭력에 의한 임신을 인정받으려면 수사를 거쳐 재판까지 몇 개월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후기 임신 원천봉쇄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해외 역시 기준 임신기간 이후라도 의료진이 임신중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시술할 수 있도록 한다.
프랑스는 기준인 임신 14주 이후에도 의사 2명이 '임신 유지가 여성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있다'는 진단서를 정부에 제출하면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스웨덴은 보건당국 위원회 심사로 '출산 후 태아 생존 불가능시' 24주 이후 낙태가 허용된다.
후기 임신중지 허용이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도 있다. 하지만 임신중단에 대한 기간 제한이 없는 캐나다의 임신중단은 대부분 초기에 이뤄진다. 2017년 캐나다의 전체 임신중절 2만2087건 가운데 12주 이내가 1만4585건으로 66.03%인 반면 21주 이상은 706건으로 3.1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 방향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은 "후기임신 중지는 국가가 아닌 여성이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는 후기 임신중지 때 여성에 가해지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출산 후 입양 등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 당사자가 정보를 충분히 얻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법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