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한진그룹주 주가 '껑충'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9.05.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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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오너일가 아직 지분 늘릴 단계 아냐" 과열 우려도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을 마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인의 영정을 안고 운구차량에 올라 있다./	김창현 기자 chmt@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을 마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인의 영정을 안고 운구차량에 올라 있다./ 김창현 기자 chmt@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를 두고 오너 일가 삼남매(조원태·조현아·조현민)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각자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릴 경우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11시19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한진칼우 (25,950원 ▼200 -0.76%)는 전일 대비 가격상한선(29.82%)까지 오른 5만7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항공우 (24,700원 0.00%)도 29.57% 상승세다. 한진칼 (59,400원 ▲400 +0.68%)(3.05%)과 대한항공 (21,700원 ▼100 -0.46%)(0.91%) 한국공항 (57,500원 ▼500 -0.86%)(0.39%) 등도 오르고 있다.

이날 상승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9일 발표할 예정이던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결과 발표를 오는 15일로 연기하면서 나타났다. 공정위는 "한진 측이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자연스럽게 장남인 조원태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삼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2대주주인 KCGI와의 지분율 격차 감소로 총수 일가의 지분 확보전이 치열한 가운데 삼남매간 경영권 갈등이 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한진칼 지분율은 14.98%에 달한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보통주 기준)다.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부사장(2.30%) 등은 모두 2%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진그룹주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8일 조 회장의 별세 이후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닌 경영권 분쟁 이슈만으로 뛰어드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진칼우 (25,950원 ▼200 -0.76%)는 지난 3월 이후 200% 이상 폭등했고, 대한항공우 (24,700원 0.00%)는 80% 이상 급등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2014년 효성그룹이 경영권 경쟁을 벌일 때도 각자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모으면서 반짝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뉴스가 나온 이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순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는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관건은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달린 것이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경쟁에 나서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며 "때문에 지금 공정위 이슈로 주가가 상승한다는 건 과열된 부분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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