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이하는 현금 좀 내지"…이거 '불법' 아닌가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5.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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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박기자]만연한 카드 결제 거부…소비자 "현금가가 저렴하긴 하니까"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투데이/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투데이


#두통 때문에 약국을 찾은 직장인 A씨(28). 약값 6000원을 계산하기 위해 카드를 내밀자 약사는 "카드 단말기가 고장났다"며 결제를 거부했다. 지갑을 두고 온 A씨가 현금이 없다고 하자 약사는 계좌번호를 보여주며 입금해달라고 요구했다. 약사는 A씨에게 "현금 챙겨 다녀라. 1만원 이하는 현금 내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포장마차에 간 직장인 B씨(24). 즐겁게 술을 마시고 계산하려던 찰나, "카드 단말기가 없으니 현금 부탁한다"는 포장마차 주인의 말에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주인은 "현금으로 못 낸다"는 B씨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구석에 있던 카드 단말기를 꺼내 왔다.


"1만원 이하는 현금 좀 내지"…이거 '불법' 아닌가요?
소비자들이 '카드'와 '현금'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노골적으로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할인' 명목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해서다. 현금을 내도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기 일쑤.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따로 부과하는 경우도 빈번해 소비자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왜 사장님은 카드 보다 현금을 좋아할까?

자영업자들이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탈세'가 가능하기 때문. 탈세란 신고해야 할 소득액을 축소해 내야 할 세금을 적게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매출과 달리 일반 현금 매출은 전산상으로 조회되지 않아 국세청이 포착하기 힘들다. 현금 매출을 빼고 소득 신고를 하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더 비싼 요금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1만원 이하는 현금 좀 내지"…이거 '불법' 아닌가요?
카드 결제시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것도 불법적인 행위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4항은 '신용카드가맹점은 가맹점수수료를 신용카드회원이 부담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도 탈세 '꼼수'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 사업자는 거래 건당 10만원 이상인 현금 거래에 대해 소비자 요구가 없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은 △사업서비스업(변호사업·공인회계사업·세무사업·변리사업 등) △보건업(종합병원·일반병원·일반의원) △숙박 및 음식점업(일반유흥주점업·관광숙박시설 운영업 등) △교육 서비스업(일반 교습학원·운전학원 등) △그 밖의 업종(예식장업·중고자동차 소매업 및 중개업 등) 등이다. 의무 발행 업종 외에도 소비자의 발급 요청이 있는 경우 발급을 거부해선 안 된다.


◇소비자, 카드 결제 거부에 불쾌하고 불편해도…"현금이 싸니까"

이처럼 카드 결제 거부, 현금 강요 등은 엄연히 범법행위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같은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지하상가부터 네일샵, 미용실, 식당, 유흥주점까지 곳곳에 편법 관행이 만연한 실정이다. 대학생 김모씨(26)는 "여름이 다가와 페디큐어 받으려고 네일샵을 찾아보니 전부 다 현금이랑 카드 결제 금액이 달랐다"고 전했다.

직장인 박모씨(28)는 "헬스장에 퍼스널 트레이닝(PT) 등록하러 갔는데 현금으로 하면 90만원, 카드는 100만원이라고 했다. 현금 결제하면 현금영수증 발급해주냐고 물으니 '10% 더 내야 해준다'고 답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금 결제를 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 결제하면 현금 결제보다 높은 가격을 받거나 수수료를 부과해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 직장인 남모씨(33)는 "현금가, 카드가가 따로 있는 게 불법이란 걸 알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소비자 입장에선 현금가를 택할 수밖에 없다. 카드 결제하면 더 비싸게 사는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현금 없는 사회' 흐름을 좇아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윤모씨(28)는 "요즘 누가 현금을 갖고 다니냐. 카드 결제 거부는 불쾌한 건 둘째치고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당했다면…신고는 '국세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
카드 결제 거부 등 부당 대우를 받은 소비자는 사업자를 여신금융협회나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위해서는 거절당한 카드사명과 가맹점의 상호명, 주소, 전화번호 등이 필요하다. 여신금융협회에 신고가 들어가면 해당 카드사에서 카드 거절이나 가격 차별이 있었는지 조사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국세청은 카드 결제 거부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사업자에 경고 조치를 내리고 결제 거부 금액의 5%를 가산세로 부과한다. 재차 적발되면 가산세 5%에 과태료 20%를 추가 부과한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닌 경우엔 카드를 거부하거나 현금을 강요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소득세법에 따라 국세청장이 업종, 규모 등을 고려해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하도록 지도할 수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니더라도 현금영수증은 발급 받을 수 있다.

현금영수증 거부건은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 기한은 현금지급일로부터 5년 이내다.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신고하거나 사업장 관할 세무서에 거래증명서류를 첨부해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 사업자는 발급 거부 사실이 적발되면 미발금금액(부가가치세 포함)의 50%가 과태료로 부과된다. 일반 업종은 2회 이상 발급 거부 또는 허위 발급한 경우 해당 금액의 2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직전 과세기간 수입금액이 2400만원 미만인 사업자는 소비자의 현금영수증 발급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현금지급일로부터 3년 이내 홈택스 홈페이지나 사업장 관할 세무서에 직접 현금거래확인을 신청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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