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코오롱, 인보사 파장·실적부진 악재에 비틀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5.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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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이미 퇴직해 책임소재도 모호

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힌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이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사진제공=코오롱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힌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이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사진제공=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 전격 퇴진, 모태 나일론 원사사업 구조조정 돌입, 주력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 최저 실적, 신성장동력 인보사 의혹….'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에 금이 갔다"며 이 전 회장이 퇴진한지 불과 수개월 만에 코오롱에 벌어진 악재다. 회사가 대내외 변수에 출렁인다. 특히 인보사 쇼크는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이 어렵다. 대규모 소송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우려가 제기된다.



◇실적부진·구조조정, 험난한 '포스트 이웅열 시대'=7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 제조산업부문인 핵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14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든 역대 최저치다. 업황 악화로 산업자재부문과 패션부문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오롱플라스틱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나마 코오롱글로벌과 수입차 판매 자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그룹 전체 연결 실적을 지지했다. 하지만 가장 규모가 큰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반등이 올해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자기 살림도 빠듯한 코오롱인더는 형님 노릇까지 하느라 더 부담이 가중된다. 코오롱인더는 최근 코오롱패선머티리얼에 365억원을 출자했다. 나일론 원사사업 철수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코오롱머티리얼 생산라인을 인수하기 위한 지출이다.

코오롱은 원사사업 철수로 적잖은 규모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게 됐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 공장이 있는 구미지역에는 지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수백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다. 이 역시 노사간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인보사 의혹' 알았을까 몰랐을까=인보사 쇼크는 점입가경이다. 코오롱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주요 세포 성분을 속였다는 의혹 속에 결국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임상실험 중지 통보를 받았다. 코오롱이 세포 성분이 바뀌었음을 알고도 숨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코오롱이 2년 전부터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3일 공시에서 미국 자회사가 인보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전인 2017년 3월 인보사 2액에 대해 종양유발가능 신장세포지만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어디서도 STR(유전자검사)을 요구받은 적 없다'는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의 발언과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코오롱이 사실상 내용을 알고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인보사 투약 환자들의 집단 소송까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그는 공식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410억원의 퇴직금까지 받아간 상태다. 주주 중 하나인 이 회장이 책임을 지는것도 상황이 모호하다. 그렇다고 인보사를 탄생시키고 '네 번째 자식'이라며 애지중지한 그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도 맞지 않다.

코오롱이 인보사의 부실을 인지했는지, 그랬다면 이 전 회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인보사를 살뜰히 챙기던 그가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피해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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