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간 써온 'kg의 정의'…왜 바꿔야 하나요?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5.07 16:16
글자크기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질량, 전류, 온도 등 기본단위 재정의 국내법에 반영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질량을 나타내는 킬로그램(㎏)과 전류의 세기를 보여주는 암페어(A) 등 기본단위에 대한 국제정의가 130년만에 변경된다. 우리 정부도 법령 개정을 통해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7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20일부터 공포·시행된다.



이번 법령 개정은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 등을 나타내는 국제표준 단위 체계인 국제단위(SI)가 재정의 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앞서 글로벌 측정표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지난해 11월16일 제26차 총회에서 7개 기본단위 가운데 킬로그램(㎏), 암페어(A), 켈빈(K), 몰(mol) 등 4개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정의했다. 새 정의는 '세계 측정의 날'인 오는 20일부터 공식 사용된다.

130년간 써 왔던 기본단위 정의법을 바꾸기로 한 것은 오차를 없애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단위를 정의할 때 실물로 만든 물체를 활용하는 방식을 써왔다. 예를 들어 ㎏의 경우 지금까지 1889년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만든 '국제킬로그램원기(原器)'를 기본 단위로 활용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 원기가 서서히 마모돼 수십 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의 오차가 발생하게 됐다. 머리카락 한 개의 질량을 나타내는 수준의 미세한 차이이지만 기본단위의 오차는 과학 실험실을 넘어 산업현장과 일상생활에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물체' 대신 변하지 않는 '상수'를 활용한 새로운 정의 방식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대두했다.
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된 높이, 지름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원기. 파리 외곽 금고에 보관돼 있다/사진제공=국제도량형국(BIPM)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된 높이, 지름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원기. 파리 외곽 금고에 보관돼 있다/사진제공=국제도량형국(BIPM)
새 ㎏ 정의에서는 기본 물리상수인 '플랑크상수'를 이용하기로 했다. 플랑크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다. 값(h)은 6.626×10-34J·s이다. 이 밖에 온도(K)는 '볼츠만 상수', 물질의 양(mol)은 '아보가드로 상수', 전류(A)는 '기본 전하'를 활용해 정의한다.

이미 시간(s·초)은 세슘 전이 주파수, 길이(m·미터)는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 광도(cd·칸델라)는 단색광 시감효능 등 정의로 불변의 기준을 설정했다. 이로써 국제단위계를 구성하는 7개 기본단위를 모두 불변의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정의가 바뀐 만큼 정부도 이를 국내법에 반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앞으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국제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국제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이에 발맞춰 산업계 표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의를 법령에 반영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제단위의 유도단위 사례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들었다.


㎏의 정의가 바뀐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피부로 느끼긴 어렵다. 정밀 측정이 필요한 일부 산업계에서는 설비 보완 등이 필요하지만,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미세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은 "기본단위 재정의가 비록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주지는 못하지만 첨단 과학기술의 기틀인 기본단위의 재정의는 역사적 성과"라며 "법령 개정에 따라 각급 학교 교과서와 학습 과정에도 변경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