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3% 관리' 도그마 빠진 기재부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안재용 기자 2019.05.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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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 넘어서면 남유럽식 재정위기 온다고 우려…당·청·학계 "지출 구조조정 재정혁신하고 경제성장하면 건전성 관리여력 충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재정당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3% 사수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보수적인 재정운용 학습효과로 지적된다. 과도한 확장재정 운영에 따른 재정위기를 공무원 관료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지나치게 우려한다는 지적이다. 한번 늘어난 재정 지출은 줄기 어려우니 애초 지출확대를 지양해야 한다는 재정당국 ‘도그마(dogma, 이성의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믿음)’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본예산 기준으로 2.1%다. 총수입 476조1000억원, 총지출 469조6000억원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수지 44조원을 빼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37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추경 6조7000억원이 반영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더 늘어난다.



지난해 정부가 2018~2022년 중기재정운영계획을 짜면서 목표로 한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3%다. 그전까지는 2%내 관리가 목표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용불안 등으로 확장재정 운영에 나서면서 목표치를 변경했다.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3%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 Stability and Growth Pact)을 인용한 수치다. EU는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정부에 EU가 제시한 관리 목표다. 관리재정수지 3% 사수를 주장하는 측이 남유럽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는 이유다.



'재정적자 3% 관리' 도그마 빠진 기재부
물론 장기간 재정적자가 위험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장기간 재적자를 유지하고도 버티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 발권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 정도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부터 시작된 복지지출 확대, 1990년대 잃어버린 20년 탈출을 위한 경기부양 등을 이유로 적자재정을 유지해 왔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일본 재무성은 이 기간 꾸준히 줄어드는 세수와 반대로 늘어나는 지출을 한 그래프에 그린 것을 ‘악어입 그래프’라고 불렀다”며 “우하향하는 세수와 우상향하는 지출 그래프가 마치 악어가 입을 벌린 것처럼 벌어진다는 데서 유래했고 이 것이 재정위기를 알리는 비상벨”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초체력이 다르다는 점을 우려한다. 일본은 내수시장 자체가 우리나라 4배가 넘는다. 일본은 기업들이 1980년대부터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대거 진출하면서 경기 불황이 닥친 1990년대 이후 자본수지가 국제수지를 떠받쳤다. 반면 내수시장이 취약하고 수출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짜인 우리나라는 재정상황이 한번 악화하면 남유럽과 같은 재정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남유럽 재정위기국인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긴축하면서 경기침체기가 더 길어졌다. 일본과도 단순 비교가 불가하다. 일본은 침체기를 겪었지만 과감한 재정정책에 힘입어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했다. 오히려 일본 재정정책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GDP 관리재정지수 3%가 꼭 지켜야 할 절대 마지노선도 아니다. 관리재정수지는 본예산 편성시 지출구조개선 등을 통해 지킬 수 있다. 예컨대 노인 복지예산이 매년 증가한다고는 해도 노인연령 기준 상향 등을 통해 지출규모를 줄일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인구감소 등으로 과다 책정된 예산 구조조정도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확장재정을 통한 총수요 확대가 효과를 발휘해 경제 성장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증가하는 지출만큼 수입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지출을 원칙적으로 확대하자는 논의는 이제 고민해볼 시점이지만 확실한 위기가 아닌 이상 재정균형 생각하는 공무원 입장에선 빚내서 하는 부양은 정권이 바뀌면 책임이 지워질 수 있으니 (관료들에겐) 딜레마”라며 “부양책을 고려하되 무분별한 노인일자리 등은 거두고 청년들이 일할 자리 만들어 실질 부가가치를 올리는데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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