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금융사 인수전 승자…한앤컴퍼니·JKL의 결정적 승부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김도윤 기자 2019.05.0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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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 "고용유지+시너지"...JKL "철저한 준비+올인 전략"

롯데 금융사 인수전 승자…한앤컴퍼니·JKL의 결정적 승부수


3일 이뤄진 롯데그룹 금융회사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3,195원 ▲395 +14.11%)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시장의 예상을 깬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여한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를 제쳤고,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입찰에서 운용규모가 수배에 달하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를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인수 후보자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진 가운데 무엇이 이들의 성패를 갈랐을까?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의 지분 80%를 가져가고 20%는 롯데그룹에 남기기로 했다. 입찰가는 1조44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지분 58.5%를 가져가는 조건을 제시했다. 입찰 금액은 4270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분율 100%를 바탕으로한 롯데카드의 회사가치는 1조8000억원, 롯데손보는 7000억원으로 인정 받았다.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의 입찰가는 경쟁사들보다는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입찰참여자들의 입찰가격은 대부분 비슷한 범위에 있다”면서도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임직원의 고용보장이 인수 이후의 시너지, 경영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방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사모펀드로, 그동안 한온시스템(투자규모 2조8000억원), 쌍용양회(1조4000억원), 에이치라인해운(7000억원) 등 다양한 투자 실적을 쌓았다. 하나금융, MBK파트너스가 참여한 금융회사 인수전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권을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상승해온 이력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확실한 고용보장을 약속했고 롯데그룹과 협업을 잘 할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펀드레이징(투자금 조달)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인수금융도 조달할 계획이어서 인수자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는 2010년 5월 모건스턴리PE 한국대표이자 아시아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지냈던 한상원 대표가 설립했다. 9년이 지난 지금 이 회의 운용자산은 7조원에 이른다. 중견기업에서 조(兆)단위의 딜까지 다양한 운용전략을 구사하면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명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그동안 구조조정 없이도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을 잘해 가치들이 많이 높아졌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잘 키워 금융지주사 등에 재매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JKL파트너스는 2001년 7월 설립된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다. 회계사인 정장근 대표, 강민균 부사장, 이은상 부사장 등이 주축이다.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출발해 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 회사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2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포함해 총 10개 펀드를 조성했고, 펀드규모는 총 1조5000억원 이상이다. 그동안 테이팩스, 팜스코, 듀올, 파낙스이텍 등에 투자했다.

2015년 하림그룹의 STX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JKL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투자사례로 꼽힌다. 특히 이번 딜은 최원진 상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5년 합류한 최 상무는 과거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현재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상무는 “3년 전 손해보험사 인수를 염두를 두고 준비해 왔는데 그 와중에 롯데손보가 매물로 나온 것”이라며 “보험계리기관은 윌리스 타워스 왓슨을 통해, 보험전략 컨설팅 회사인 AT커니를 통해 깊은 준비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MG손보 투자 검토를 하면서 손보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며 “손해보험사 한 곳만 노리고 입찰에 나선 것도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롯데손보가 퇴직연금은 최고 수준이지만 보험부문에서는 상품경쟁력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두 분야에서 모두 업계를 선도하는 지위에 올라서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보장을 지켜가면서 회사를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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