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구글·페이스북·우버 노동자의 불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5.04 07:10
글자크기

구글 "비정규직 처우·임원 성추행 은폐"… 우버 기사들 "상장 하면 뭐하냐"

혁신과 수평성으로 대표되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미국 기술 기업들.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선망의 대상으로도 여겨지지만, 내부에서는 노사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구글 직원들 " 임원 성추행·비정규직 문제로 불만 터져…'NotOkGoogle'"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노동절이었던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을 포함한 지사 12곳에서 직원 수백명이 연좌 농성을 벌였으며, 뉴욕 지사에서만 400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구글 직원 13명이 회사로부터 보복 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사측을 비판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자 구글이 일방적으로 강등시키거나 진행하던 연구를 중단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노사갈등이 처음 불거진 계기는 지난해 4월이다. 구글이 미 국방부와 인공지능 군사 프로젝트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 4000여명은 이를 중단하라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이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프로젝트를 연장하지 않겠다"며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임원 성추행 혐의 은닉 의혹으로 수만 명이 파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는 구글이 루빈 전 수석부사장의 성폭력 의혹을 은폐하고 퇴직금을 지급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촉발됐다. 당시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르 등 세계 40여개 지사에서 동맹파업에 나서 화제가 됐다. 올해 3월엔 구글이 비정규직 30여명에게 당초 계약 기간보다 빨리 끝내겠다고 통보하자, 이에 반발하는 항의 서한에 900명이 넘는 직원이 서명했다. 생각보다 거센 반발에 부닥친 구글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할 새로운 근로 복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구글의 전·현직 직원들은 트위터 등 SNS 계정에 #NotOkGoogle(구글 어시스턴트의 검색기능인 '오케이 구글'을 비꼰 것)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며 비판하고 나섰다. 구글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직장에서 보복행위를 금지한다"며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도록 여러 창구를 열어놓고 모든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20년 넘게 보복행위를 담당해 온 노동 전문 변호사 아리 윌켄펠드는 "구글처럼 크고 세련된 기업조차도 법적으로 보장된 활동을 한단 이유로 (피고용인에게) 보복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직원들 "해고된 식당 노동자들과 연대합니다"
/사진=트위터 캡쳐/사진=트위터 캡쳐
페이스북에서도 '인사 보복'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페이스북 직원들은 웹사이트에 사측의 보복 행위와 관련해 익명의 사연을 게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페이스북 본사 앞에서는 서비스 노동조합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 소속 직원들이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는 사내 식당 직원을 고용하는 하청업체 '플래그십 시설·서비스'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노조 소속 페이스북 직원들은 해당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서한을 배포하고 있다. 페이스북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고, 플래그십 측은 "이미 노조원과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우버 기사들 "상장 하면 뭐하냐, 나한테 아무것도 안 주는데"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상장을 앞둔 우버 역시 노사갈등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우버 기사들은 상장예정일을 하루 앞둔 8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등 7개 도시에서 12시간 제한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파업엔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 기사들도 동참해 로스앤젤레스에서만 42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단체 '뜨는 긱(Gig) 노동자' 조직원 숀니 클락슨은 "우버의 IPO(기업공개)는 임원들의 주머니에 수백만달러를 가져오겠지만, 회사 서비스의 핵심축인 기사들에겐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버 기사들의 임금 중간값은 세전 시간당 8.55달러(약 9960원)로, 캘리포니아주(州) 최저임금인 11달러(1만2820원)에 못 미치고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8450원)를 간신히 넘는다. 지난 3월 로스앤젤레스의 우버 기사들은 임금을 25% 삭감하는 우버의 결정에 대응해 25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오는 9일 상장할 우버의 회사 가치는 800억달러(93조2560억원)~900억달러(104조9130억원)로 추산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