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이제는 '레이와' 시대… 日, 달라질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최태범 기자, 이상배 특파원,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김수현 기자, 강기준 기자 2019.05.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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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

편집자주 30여년 만에 일본에 새로운 왕, 나루히토가 즉위하며 레이와(令和, 연호) 시대가 열렸다. 일본은 지난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전쟁이 없었던 시기로 자평하지만,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우경화가 진행되며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국가의 상징인 새 일왕의 등장이 양국 관계를 비롯해 주요국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진단해본다.

126대 일왕 나루히토 "세계평화 바란다"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① 전쟁 후 태어난 첫 일왕… 아베 우경화 흐름 속 행보 주목. 첫 발언서 세계 평화 강조… 문 대통령 등 각국 정상 축전

[MT리포트] 이제는 '레이와' 시대… 日, 달라질까?


일본에 새 시대가 열렸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아들인 나루히토가 1일 제126대 일왕에 올랐다. 연호도 이날 0시부터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구의 왕궁 내 접견실에서 열린 나루히토 즉위식에는 아베 신조 총리와 각료 등 26명이 국민대표로 참석했다.



즉위식은 나루히토 일왕이 일본 왕권의 상징인 '삼종신기'(三種神器) 중 거울을 제외한 검과 곡옥, 국새와 어새를 승계하면서 5분 만에 끝났다. 이날 나루히토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친왕과 아키히토 상왕의 동생인 히타치노미야 마사히토 왕자가 참석했지만 마사코 왕비는 등장하지 않았다. 왕가에서는 성년 남성만 참석할 수 있는 탓이다. 여성으로는 아베 내각의 유일한 여성 각료인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창생상이 자리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태어난 '전후 세대'인 나루히토 일왕은 헌법에 따라 국정 개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자위대 명기 개헌 추진 등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받는다. 특히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로 일본과 관계가 악화된 한국 입장에선 새 일왕이 촉매 역할을 할지 관심이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후 첫 공식 발언에서 "헌법에 따라 일본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왕을 국가 및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우러러본다"면서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평화롭고, 희망 넘치며 자랑스러운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드는 (레이와) 시대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결의"라고 했다.

새 일왕이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에 반대할지는 미지수다. 헌법을 지키겠다고 언급했지만 수호의지를 표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아키히토 전 일왕은 재위 기간 일제의 침략전쟁 등 과거사에 대해 수차례 사죄와 반성의 뜻을 나타내는 등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1989년 즉위 후 첫 소감에서도 "여러분과 함께 (평화)헌법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루히토는 즉위식 후 열린 조현(朝見)식(신하가 새로운 왕에게 인사하는 일)에서는 "아키히토 전 일왕은 30년 이상 세계 평화와 국민 행복을 바라며 국민과 고락을 함께했다"면서 "상왕의 행보를 깊이 생각해 국민에게 다가서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계 각국 정상도 잇달아 축전을 보냈다. 오는 27일 일본을 방문해 나루히토 일왕과 만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와 시대 발맞춰 양국 우호를 새롭게 하고 싶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과 일본은 오랜 우의의 역사가 있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두 나라가 힘을 합해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우호적 발전을 위해 큰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내에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의 압류된 국내 자산의 매각명령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두 기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았다.

(도쿄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현지시간) 도쿄의 왕궁에서 열린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평화롭고, 희망 넘치고,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도쿄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현지시간) 도쿄의 왕궁에서 열린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평화롭고, 희망 넘치고,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희석 기자

日 오늘부터 '레이와' 시대…최악 '한일 관계' 반전 맞을까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 ②정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기대”...6월 G20 한일 정상회담 성사 주목

【암스테르담=AP/뉴시스】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5월 1일 국왕으로 즉위한다. 사진은 2013년 4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당시의 나루히토와 마사코 비. 2019.04.30【암스테르담=AP/뉴시스】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5월 1일 국왕으로 즉위한다. 사진은 2013년 4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당시의 나루히토와 마사코 비. 2019.04.30
일본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리고 레이와(令和) 시대의 막이 올랐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1일 오전 새 일왕으로 즉위했다. 일본의 새로운 변화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전후 세대(1960년생)인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부채 의식이 상대적으로 적다. 헤이세이 시대에서 이루지 못한 과거사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새 일왕의 즉위가 한일관계 개선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를 축하하고 앞으로도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키히토 천황에게 서한을 보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아키히토 천황이 재위 기간 평화의 소중함을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해왔다고 하면서 한일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퇴위 후에도 양국관계 발전에 힘써줄 것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날 즉위한 나루히토 신임 일왕이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을 어느 정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에 맞춰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신헌법 제정 의원연맹’ 주최 모임에 보낸 메시지에서 “레이와라는 새 시대가 시작된다. 국가 미래상에 대해 정면에서 토론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모든 자위대원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가의 책임 아니겠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이 본격화할수록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과거사 문제, 초계기-레이더 갈등,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독도문제 등 여러 현안이 얽혀 최악의 상황이다. 불편한 한일 관계가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과 공조 균열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문제는 이런 갈등 국면이 레이와 시대에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일본의 우경화가 한일관계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은 “한일관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연호가 바뀐다고 해서 쉽게 해결되긴 어렵다고 본다. 서로가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먼저 나서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남 소장은 “퇴임하는 천황도 아베 총리와 역사 인식이 달랐고 새 천황도 아버지의 역사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헌법상 천황은 정치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나루히토 천황이 한일관계 개선에 일정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적극적 행보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나 미래지향적 관계를 재정립하는 게 긴요하다고도 조언했다. 남 소장은 “한일 정상회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일이 갈등할 때보다 협력할 때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새로 시대가 바뀌는 계기를 통해 한일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가 핵심 관건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에서 G20를 포함한 다양한 계기에 양국 간 교류 활성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최태범 기자

美 업고 '동아시아 골목대장' 노리는 日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 ③트럼프와 석달 연속 정상회담 '동맹 강화' 사활. 농산물·車 관세 등 무역협상, 미일 관계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스1
'헤이세이'(平成) 시대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치적 대리인'을 자처했다. 1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와 함께 시작된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아 아베 정권은 미국의 역내 '군사적 대리인'이 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일왕 교체를 계기로 개헌을 통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전환한 뒤 미국을 등에 업고 동아시아의 '군사 패권국'으로 올라선다는 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복안이다.

아베 총리의 군사적 야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일정에서도 드러난다.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 후 첫 번째 국빈으로 초청받아 25∼28일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기간 중 일본이 항공모함으로 개조를 추진 중인 호위함을 시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정은 일본 측의 요청으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신해 중국 등을 견제할 군사적 역량을 스스로 갖춰가고 있음을 미국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아베 총리는 군 보유와 교전권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에 3항을 별도로 만들어 자위대를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 중이다.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다.

이는 재정적 부담 때문에 '경찰국가'의 지위를 일부 내려놓길 원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 팔디 랜드 대학원의 스콧 해롤드 교수는 "최근 수년 동안 일본은 미국의 가치 있는 '군사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구성을 비롯해 수많은 작업들을 해왔다"며 "비록 느리긴 하지만 일본이 향하는 방향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동아시아의 군사 패권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미국이 좌시할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이 촉진돼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의 군사적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베 총리가 미일동맹 강화에 사활을 건 것은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강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방미에 이어 이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6월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석달 연속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뒀다.

한편 레이와 시대를 맞은 일본의 앞엔 미국과의 무역협상이란 큰 산이 놓여있다. 이달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무역협상 우선순위는 일본이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농업계를 위해 일본을 상대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수용하기에 정치적으로 곤란한 사안이다. 집권 자민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표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미국은 일본이 요구하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는 거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미일동맹 강화란 목표를 위해 트럼트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대미 '굴욕외교'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레이와 시대의 개막과 함께 미일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상배 기자

'레이와' 시대 中日, 일단 전략적 협력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④'트럼프 변수'로 인한 밀착 흐름 당분간 이어질 듯. 중국 부상, 일본 우경화 추세로 대결 구도도 강화

[MT리포트] 이제는 '레이와' 시대… 日, 달라질까?
1일 나루히토 왕세자의 새 일왕 즉위로 시작된 일본의 '레이와' 시대 중일 관계는 '우선 협력, 결국 경쟁'으로 요약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의 공세적인 외교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관계 개선 추세가 이어지지만, 중국의 위상 강화와 일본의 우경화 속에 양국간 긴장도 역시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 흐름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제에 저항해 일어났던 5.4 운동 100주년 대회에서 '항일(抗日)'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5.4 운동이 한국의 3.1 운동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항일 운동임에도 '항일 정신'을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대신 '애국'만 19차례 언급했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가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폐막한 제2회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간 중엔 국가 정상이 아닌 고위급 대표단 가운데 유일하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자격으로 시 주석을 만나면서 마주 앉아 의전상 중국측의 배려를 받았다는 평도 나왔다. 최근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칭다오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서는 해상자위대 최고 책임자가 욱일기를 단 호위함을 이끌고 참가했다. 일본 군국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욱일기'를 용인할 정도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전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계기로 단교까지 거론되던 중일 관계는 지난해 10월 중일평화조약 40주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격히 회복됐다. 동력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역전쟁을 필두로 외교, 경제, 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다른 강국인 일본의 힘이 절실하다. 원천 기술을 다량 보유한 일본은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이전을 노골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도 트럼프 변수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와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면서도 무역 문제에 있어서 예외 없이 압박하고 있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에 일본도 다른 대안들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4억 인구의 거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중일간 관계 개선 흐름은 '레이와' 시대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상징적인 성격이 강한 일왕이 직접적으로 정부의 외교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중일간 밀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작다. 역사적으로 경쟁 관계였던 양국이 여전히 아시아의 맹주, 이를 넘어서는 세계 강국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이겨내고 2050년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향해 전진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강국과의 마찰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도 아베 정권에서 우경화가 강화되는 추세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왕 즉위 이벤트로 지지율이 반등하자 개헌 의지를 다시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 24일 '신헌법 제정 의원연맹' 모임에 보낸 메시지에서 "레이와라는 새 시대가 시작된다"면서 "모든 자위대원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가의 책임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일본의 방위비도 7년 연속 증가해 올해 사상 최고액인 5조2574억 엔(54조6200억 원)이 편성됐다. 일각에선 아버지의 역사관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는 나루히토 신임 일왕에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트럼프 변수,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에 더해 새 일왕의 역사관과 존재감 등이 중일 관계를 끌어갈 주요 동력 중 하나가 되는 셈이다.

진상현 기자

불황 조짐 속 '레이와', 日경제 어디로…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 ⑤日제조업 부진… 10월 소비세 인상도 악재. 고용 안정, 생산성 강화 등 '황금기' 기대도

(도쿄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나루히토 새 일왕이 1일(현지시간) 도쿄의 왕궁에서 열린 즉위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나루히토일왕은 이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도쿄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나루히토 새 일왕이 1일(현지시간) 도쿄의 왕궁에서 열린 즉위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나루히토일왕은 이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루히토 일왕이 1일 즉위하면서 이날 0시부터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가 공식 사용되기 시작했다. 거품경제 붕괴와 장기불황, 동일본 대지진 등 어려운 시기로 기억되는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겪은 일본인들은 새로운 시대 개막을 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무역전쟁, 소비부진 등으로 비상등이 켜진 일본 경제가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은 출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의 전자부품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줄어든 3260억엔(3조4180억원)에 그쳤다.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이 15.9%나 감소했다. 또 전자제품 내수 출하량은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5.0% 감소한 1065억엔(1조1165억원)에 불과했으며, 반도체 장비 매출도 지난 2월 1382억5100만엔(1조5400억원)으로 22.6% 급감했다.

컨설팅회사 클리어리프종합연구소의 다카하시 준이치로 대표는 일본 비즈니스저널에 "경기를 견인하는 전자부품, 전자기기, 가전,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모두 어렵다"면서 "레이와 시대 경기가 'V' 회복을 나타낼 가능성도 제로(0%)는 아니지만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소비세율 인상이 기다리고 있어 경기 침체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도 걸림돌이다. 당장 오는 27일 나루히토 일왕을 만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산 농산물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왔다"면서 "이에 대해 아베 총리와 매우 강하게 논의했으며, 이를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레이와 시대 일본 경제가 크게 좋아질 것이란 반대 의견도 있다. 츠카사키 기미요시 구루메대 상학부 교수는 "경제에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 시작된 헤이세이 시대는 거품 붕괴로 장기 침체가 이어진 시간이었지만, 레이와 시대에는 그동안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면서 적어도 처음 10년 동안 황금기라고 부를 수 있는 좋은 시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츠카사키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로 말미암은 노동력 부족으로 실업률이 낮아지고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생산성이 좋아지며 △실업 부담이 없어진 정부가 증세로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도 레이와 시대 초기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좋은 기회로 꼽힌다. 올림픽이 열리면 경기장과 선수촌 건설 및 관련 소비 증가 등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여행과 부동산 등 다른 분야에도 활력을 준다.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 일왕이 도쿄올림픽과 도쿄장애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 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레이와 시대 개막으로 높아진 일본 국민의 기대를 도쿄올림픽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AP통신은 "일본은 전후 급속한 발전으로 경제 대국이 됐지만 최근 중국에 밀려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생겨났다"면서 "많은 일본 국민에게 헤이세이 시대는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레이와 시대에는 (경제 등의) 상황이 좋아지고 일본이 부상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유희석 기자

日 레이와 시대…새 일왕 나루히토 어떤 인물?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⑥아키히토 일왕 4월30일 퇴위 '헤이세이' 시대 막내려. 서민행보 기대 높아… 인구감소·중국 급부상 등 숙제

【도쿄=교도통신·AP/뉴시스】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5월 1일 국왕으로 즉위한다. 사진은 1993년 6월 9일 도쿄에서 결혼식을 마친 후 마사코 비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19.04.30【도쿄=교도통신·AP/뉴시스】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5월 1일 국왕으로 즉위한다. 사진은 1993년 6월 9일 도쿄에서 결혼식을 마친 후 마사코 비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19.04.30
1일 자정부터 일본의 '레이와' 시대가 개막됐다. 올해 만 85세인 일왕이 장남 나루히토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30년4개월 동안의 '헤이세이'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1일 오전 10시30분 일왕 거처인 도쿄 지요다구 고쿄에서 열린다.

전날에는 아버지인 아키히토 일왕이 같은 장소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전날 "오늘로써 황제의 임무를 마치게 됐다. 즉위 30년간 국민에게 깊은 신뢰와 존경을 얻은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었다"고 퇴임의 변을 내놓았다.

그는 또 "나를 상징으로 받아들여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가 평화롭고 생산적이길 바라며, 일본과 세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상왕이 된 일왕이 언급한 ‘평화롭고 생산적이길 바란다’는 레이와의 첫날 내일이 바로 오늘(5월1일)이 된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행사엔 아베 신조 총리와 각료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각료 전원이 참석 예정이어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창생상이 의식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왕실규범에 따라 왕비가 될 마사코 왕세자비의 참석은 제한된다. 즉위식을 마친 새 일왕은 오전 11시10분 국민들 앞에 처음으로 발언할 예정이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정치성향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성격은 겸손하고 부드럽다는 평을 얻고 있다. 왕족과 옛 화족(귀족)을 위한 교육기관인 ‘가쿠슈인’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1983~85년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했다. 즉위 후 나루히토는 부친이 확립한 ‘상징일왕’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왕 나루히토 부부는 외동딸 아이코를 낳았다. 하지만 아이코는 아버지와는 무관하게 일왕(여왕)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다. 한때 여성도 왕위에 오를 수 있게 왕실전범을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루히토 이후 왕위 승계 순위는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인 후미히토, 그의 아들인 히사히토 순이다.

레이와 시대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하는 일본의 과제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일왕이 아버지처럼 서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AFP통신은 나루히토 일왕이 맞닥뜨릴 가장 시급한 이슈를 인구 감소라고 보면서 '불편한 상대'인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점 역시 극복해야 할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도쿄=궁내청·AP/뉴시스】아키히토(明仁)  일왕(맨 앞)이 30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왕궁 내 신전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조상들에게 자신의 퇴위를 보고한 후 걸어가고 있다. 사진은 일본 궁내청이 A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2019.04.30【도쿄=궁내청·AP/뉴시스】아키히토(明仁) 일왕(맨 앞)이 30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왕궁 내 신전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조상들에게 자신의 퇴위를 보고한 후 걸어가고 있다. 사진은 일본 궁내청이 A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2019.04.30
김수현 기자,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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