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형제’, 이 시대의 가족 이야기

임현경, 이예지, 박희아 ize 기자 2019.05.0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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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이 시대의 가족 이야기


‘미스 스티븐스’ 보세
릴리 래이브, 티모시 샬라메, 릴리 라인하트, 앤서니 퀸틀
임현경
: 영어 교사 스티븐스(릴리 래이브)는 빌리(티모시 샬라메), 마고(릴리 라인하트), 샘(앤서니 퀸틀)의 인솔 담당이 되어 3일간 열리는 교외 연극대회에 참가한다. 선생님도 짜증나는 상황에선 험한 말을 할 줄 알고 완벽하게만 보였던 냉철한 모범생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학교 소속이라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은 학교 밖에서 부대끼며 서로의 본모습을 발견한다. 영화는 누구나 한편에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슬픔과 외로움을 보여주고, 그것을 어둠 속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플롯은 다소 단순하지만, 배우들의 입체적인 연기는 개연성과 핍진성을 불어넣는다. 특히 눈꺼풀의 세밀한 떨림까지 표현하는 릴리 래이브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절규하는 티모시 샬라메의 감정 연기가 압권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 보세
신하균, 이광수, 이솜, 길해연
이예지
: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는 서로 손발처럼 의지하며 살아온 사이다. 시설 ‘책임의 집’이 폐쇄되며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세하는 수영코치 미현(이솜)을 영입해 동구를 수영대회에 출전시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사라졌던 동구의 어머니(길해연)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이제, 동구는 고민에 빠진다. 누가 나의 가족인가? 동구가 답을 찾기까지, 이야기는 조심스럽고 사려 깊게 진전된다. 자칫 뻔한 권선징악형 동화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영화는 뚜렷한 안타고니스트도 악인도 없는 세계에서 오직 진짜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을 찾는다. 극적인 드라마 대신 세밀한 필치로 감정선을 채운다. 이광수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고, 어떤 장면들은 그의 눈망울만으로 호소력을 가진다. 가족이란 개념이 외연을 넓혀가는 시대다. 이젠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어도, 남녀가 아니어도, 혹은 연인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 지다. 어쩌면 이 영화는 ‘바람난 가족’(2003)으로 근대의 가부장제를 보란 듯 뒤집어 보인 명필름이 다시 한 번 현 시대 가족에 대해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보세
이마라 바쿠에로, 더그 존스, 세르지 로페두
박희아
: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시민군의 저항에 정부군이 산속에 잠입한다. 어머니를 따라 새아버지인 정부군 비달(세르지 로페두)에게 온 오필리아(이마라 바쿠에로)는 꿈과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 절망하다 미로에서 자신을 공주라고 부르는 판(더그 존스)을 만나게 된다. 최근에 나온 작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정교한 판타지와 현실의 교차가 마치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산한 배경과 잔인한 상황 묘사가 낡은 느낌의 화면과 어우러져 잔혹한 현실이 더욱 부각되는데, 오랜 팬들에게는 선물처럼 느껴질 듯. 반면에 스크린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는 최근에 나온 전쟁영화와 판타지 영화의 속성이 멋지게 합쳐진 독특한 작품을 보는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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