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北, "美가 셈법 바꿔야"…북미 교착 돌파구 안갯속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9.05.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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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최선희, 폼페이오 '경로변경' 언급 비난…"우리 선택 될 수 있다"

(하노이=뉴스1) 박세연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 오전(현지시간)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위해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9.2.28/뉴스1  (하노이=뉴스1) 박세연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 오전(현지시간)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위해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9.2.28/뉴스1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는 없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발신하며 북미 교착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북측이 '버티기'를 고수하는 동시에 미국도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북미간 평행선이 당분간 어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北 "美가 셈법 바꿔야 비핵화 가능" 다시 강조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에 "미국이 지금처럼 문제를 헤집고 딴 길에서 헤매며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이 실패한다면 경로를 변경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다. 최 부상은 "폼페이오가 이른바 '경로변경'을 운운했다"며 "이것은 최대의 압박과 경제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 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상은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도 될 수 있다"며 "우리의 비핵화 의지엔 변함이 없으며 때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북측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뒤 유사한 메시지를 거듭 내놓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선희 부상의 발언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은 북한과 건설적인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미 정부의 기본적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미국 역시 이른바 비핵화 '빅딜' 요구와 제재를 통한 대북압박 기조를 당분간 변경하지 않으리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사열을 기다리고 있다. 2019.4.26/뉴스1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사열을 기다리고 있다. 2019.4.26/뉴스1
◇北 '자력갱생'으로 '버티기' 강조…남북정상회담 성사 주시=
북측은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동시에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며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 메시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의 일환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사설에서도 "기대별, 작업반별 경쟁과 단위들 사이의 경쟁 등 각이한 경쟁으로 경제건설을 힘있게 추동해나가야 한다"고 자력갱생을 당부했다.


우리 측에도 우호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북한은 1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우리 군의 신속대응사단 창설 계획 및 지난달말 진행된 동원훈련에 대해 "북과 남이 어렵게 마련한 정세 완화 분위기를 해치려는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북측이 미국과 톱다운 방식의 대화 의지는 시사하면서도 '버티기 전략'을 이어가면서, 우리 정부가 북미 관계 촉진을 위해 추진 중인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가급적 이달 중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달 말 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해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북미 중재를 시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측의 시간끌기로 상반기 중 남북정상회담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측은 최대한 버티기를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 하는 것 같다"며 "미국도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아 당분간 교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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