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정부는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를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 했지만, 유료방송 시장 변화와 공정위 내부 기류 변화 등으로 이번에는 다른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보다는 어떤 승인 조건이 달리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가 신청한 CJ헬로 지분 인수 관련 기업결합심사 작업에 착수한 상황.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 15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정위는 같은달 18일 자료보정을 요청했다.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하면 심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유료방송 업계 결합 심사와 관련, 가급적 정해진 기한에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다. 과거 SK텔레콤의 CJ헬로 합병 심사작업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기업 리스크만 키웠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조건부 승인’에 무게…어떤 조건 붙을까=유료방송 시장 환경이 달라진 만큼 과거 SK텔레콤-CJ헬로 사례와 같은 극단적 불허 판정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거 케이블TV(CJ헬로) 방송 권역별 점유율이 주된 판단 기준이 됐지만, 전국 방송사업자인 IPTV가 케이블TV를 제치고,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위주로 미디어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 이 기준을 적용하긴 무리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기업들이 신청한 인수합병안을 그대로 승인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동일 유형의 인수 사례에 대해 전혀 다르게 판단할 경우 규제의 일관성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기업별 특수성도 있다. 때문에 기업별로 ‘조건부 승인’을 내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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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기업결합 후 양사간 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는 권역에 대해선 매각 명령을 내리거나 결합 후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늘릴 수 없도록 하는 등 조건 부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를 위한 콘텐츠 투자 등의 조건도 예상된다.
기업 특수성을 감안한 조건도 추가될 수 있다. 가령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건의 경우 ‘알뜰폰(MVNO)’ 사업 부문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J헬로는 케이블TV는 물론 알뜰폰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다. CJ헬로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 가입자수는 79만명 수준(1월 기준)으로, LG유플러스는 단숨에 1위 알뜰폰 사업자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상조 위원장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국회 지적에 대해 “조건 없이 그대로 승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건부로 승인하는 경우도 많다”며 알뜰폰이 승인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건의 경우 무선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과거 CJ헬로 인수건 당시 경쟁사들은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제시해왔다. 이 경우 유무선 결합 상품 출시 제한 등의 조건이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