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와 시대' 일왕 즉위식에 왕비는 참석 못 한다는데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4.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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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공주 계승순위 밀려-일본 여성 왕족은 결혼 후 지위 상실…1889년 메이지유신 영향

다음달 1일 왕위에 오르는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 부부와 딸 아이코 공주. /AFPBBNews=뉴스1다음달 1일 왕위에 오르는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 부부와 딸 아이코 공주. /AFPBBNews=뉴스1


일본에서는 30일 아키히토(明仁·86) 일왕이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큰아들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다. 슬하에 딸 아이코(愛子·18)만을 두고 있는 나루히토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게 되면서 여성도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왕위계승 등을 규정한 법률인 왕실전범에 따르면 왕위는 오로지 남성만이 물려받을 수 있으며 여성은 결혼하면 아예 왕족 지위를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왕족이던 여성이 결혼해서 낳은 아들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으로 즉위하면 다음 일왕 계승 1순위에는 동생인 후미히토(文仁·54), 2순위에는 후미히토의 외아들인 히사히토(悠仁·13)가 오르게 된다.

하지만 나루히토와 동생 후미히토가 비슷한 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히사히토 왕손자가 사실상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후손은 히사히토 한 명뿐인 것이다. 후미히토 왕자는 2017년 6월 "형님이 80세때 나는 70세 중반이다. 그래서 (왕위계승은)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왕위 즉위식에도 여성이 참여할 수 없다. 심지어 나루히토 왕세자의 부인인 마사코(雅子ㆍ56) 왕세자비마저 참석할 수 없다. 이 의식에는 일본 왕가에서 성년 남자만 참석할 수 있고 여성 왕족은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날 즉위식에 참석하는 유일한 여성은 아베 신조 내각의 유일한 여성 각료인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창생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일본에서 여성의 왕위 계승이 금지된 것은 1889년 이후다. 메이지유신 이후 왕정복고가 이뤄지면서 일본 근대화 지도자들은 고대 이후 오랜 세월 상징적 존재에 머물렀던 일왕을 군 통수권자로 부활시켰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 군을 지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성에게는 왕위 계승이 금지됐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일왕의 지위는 군 통수권자에서 다시 상징적 지도자로 변모했다. 그러나 여성의 왕위 계승 금지 규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성에게도 왕위 계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는 일본 사회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는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아들이 없자 여성의 왕위계승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되기 전 2006년 히사히토가 태어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를 인정하는 특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내용의 부록을 첨부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는 나루히토의 승계가 끝난 뒤 왕실에서 여성 승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일본 내부 여론도 여성의 왕위 계승 허용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4분의 3 이상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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