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모바일, '韓 유니콘'→'존폐 위기' 왜?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5.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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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재무적 소송, 회계감사 '의견거절' 통보…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직면

옐로모바일,  '韓 유니콘'→'존폐 위기' 왜?


100여개 스타트업 연합 모델로 동남아시아 시장 제패까지 노렸던 옐로모바일. 한때 ‘한국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 존속능력까지 의심받을 정도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주식매대대금 소송 ‘패소’에 회계감사 ‘의견거절’= 옐로모바일 2018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옐로모바일 본사와 계열사들은 주식매매대금, 대여금 등 무려 28건의 재무적 소송에 피소됐다. 소송가액은 700억원에 육박한다. 투자사 LB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디에스자산운용뿐 아니라 관계사인 코인원까지 옐로모바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안팎으로 신뢰를 잃은 옐로모바일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계사로부터 피소된 사연은 이렇다. 옐로모바일은 2017년 8월 포메이션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데일리금융그룹 주식 8만1166주(지분율 52.05%)를 1126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인수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19.31% 지분율만 확보했다. 이에 따라 데일리금융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포메이션그룹에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옐로모바일과 데일리금융그룹 임직원들 간 갈등이 불거졌고, 데일리금융그룹 자회사인 코인원의 소송 제기로 이어졌다. 코인원이 반환을 요구한 대여금 규모는 270억원에 달한다.

옐로모바일의 핵심 자회사 옐로오투오그룹(이하 옐로오투오)은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제기한 제이티넷 주식 풋옵션 관련 주식매매대금 소송에서 패소, 100억원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옐로오투오는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옐로모바일 매출과 자산의 각각 41.5%, 36%를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다.



재무 상황마저 최악이다. 옐로모바일은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결재무제표 감사에서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 회계감사를 진행한 삼일회계법인은 △지분 거래 관련 약정사항의 완전성 및 평가 미흡 △주요 부문의 감사 범위 제한 △특수관계자 공시의 감사 증거 부족 등을 의견거절 사유로 제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옐로모바일 주요 종속회사로부터 회계감사에 필요한 자료도 제출받지 못했다.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연간 매출 4699억원, 영업손실 318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8%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누적 결손금은 4323억원에 달한다.

◇최대 위기 직면한 ‘벤처연합군’… “재무 개선에 집중하겠다”= 업계에선 스타트업 연합군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상혁 대표가 2012년 창업한 옐로모바일은 주식 스왑(맞교환)을 활용한 M&A(인수·합병)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다양한 사업영역을 아우르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 전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단 전략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식가치 평가 방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며 “도박에 가까운 사업모델”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옐로모바일은 거침없이 계열사를 늘리며 사세를 확장했다. 한때 계열사 수가 130여곳에 달했다. 연이은 대규모 투자유치도 성사시켰다. 급기야 2015년 옐로모바일은 ‘기업가치 4조원대 한국형 유니콘’으로 부상했다. 2013년 9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년 만인 2015년 3182억원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쿠차, 피키캐스트 등 핵심 계열사들에 사업 부진과 전반적인 수익 저하, 주요 임원들의 퇴사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주요 공략 지역으로 꼽았던 동남아시아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대표가 공언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보단 내분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주식 스왑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 규모는 2000억원에 육박했다. 영업권은 향후 계열사들이 저조한 영업성과를 낼 경우, 손실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옐로모바일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2016년 하반기부터 본사와 5개 중간지주사, 60개 손자회사로 지배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나섰다. 전체 계열사 숫자도 20개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고비용 구조와 경영 복잡성 문제를 해결해 기업공개(IPO) 준비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와 관계사 수는 여전히 117곳에 달한다. 2017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 통보를 받으면서 사실상 연내 기업공개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옐로모바일은 지속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단 입장이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2017년 의견거절 당시 문제가 됐던 계열사들은 매각과 청산 등을 거쳐 지난해 말 상당부분 정리됐다”며 “올 상반기 중 남은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역시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어 올해는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사들과의 주식매매대금 소송 역시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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