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늬의 정치스탯]홍영표의 '뚝심'이 만들어낸 9회 '완투승'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9.05.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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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원내대표 임기 1주일 남기고 '패스트트랙 3안' 지정 진두지휘

더불어민주당 20대국회 3기 원내대표에 당선된 홍영표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동료의원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더불어민주당 20대국회 3기 원내대표에 당선된 홍영표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동료의원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4월29일 밤 9시50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동물국회'를 끝내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홍 원내대표는 "오늘은 한국 정치사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지정의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날 의총은 22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합의에 도달한 뒤 '9번째'였다.



이날 밤 10시30분으로 예고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세번째 시도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노력은 지난 24일부터 시작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벤치클리어링이 난무하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9회 말까지 경기를 이끌어온 감독처럼, 홍 원내대표는 마지막 이닝에 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듯 의원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여야4당 패스트트랙 추인을 위한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25일 밤 11시40분, ' 국회본청 2층 자유한국당 규탄대회' △26일 새벽 3시50분 '패스트트랙 잠정 중단 기자회견' △26일 오전 9시 의원총회 △오후 3시 긴급 의원총회 △오후 5시 긴급의원총회 △29일 오전 10시 의원총회 △29일 밤 9시45분 의원총회 △30일 0시30분 패스트트랙 지정 결과 보고 의원총회 등 집권여당의 원내 정책을 진두지휘 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별도 공수처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2019.4.29/뉴스1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별도 공수처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2019.4.29/뉴스1


#정공법=믿음의 리더십

닷새간 이어진 자유한국당의 점거 농성에 맞선 홍 원내대표의 선택은 '정공법' 이었다. 그는 예결위회의장에 모여앉은 의원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우리는 국민의 명령을 결코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민주당은 마치 9회말 끝내기처럼 자정 5분을 남기고 공수처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했다.


홍 원내대표는 평소 표정 변화가 크지 않고 현란한 언변이나 작전을 구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의 리더십은 '믿음의 야구'에 가깝다. 의원들이 맡은 '포지션'에 적응하고 호수비와 타점을 낼 수 있을때 까지 시간을 두고 협상에 임한다.

그래서 아주 가끔 나오는 '작전야구'는 더 효과적이다. 29일 밤도 '페이크 번트 앤 슬래쉬'가 통했다.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장을 순식간에 바꾸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막는 '전진수비'가 뚤렸고 타점으로 이어졌다.

사개특위는 오후 10시52분쯤 당초 예정했던 국회 본청 220호 특위 회의실 대신 문체위로 회의실을 옮겨 회의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220호 앞을 점거한 상황이었다. 정개특위도 당초 공지됐던 본청 445호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대신 운영위 회의장을 빌려 열렸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통화를 하고 있다. 2019.4.29/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통화를 하고 있다. 2019.4.29/뉴스1

#'룰'과 '선수'보호를 위한 벤치클리어링

홍 원내대표는 필요할 땐 상대 지도부와 벤치클리어링도 서슴지 않는다. 경기의 큰 흐름을 위한 '기세 싸움'도 깔린 포석이다.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며 국회의장실 점거, 본청 2·3·7층 스크럼 및 몸싸움 등 '동물 국회'가 재연되면서 국회의장은 33년만에 경호권 발동까지 했다. 일부는 감금되고 또 일부는 다쳤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해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인간 바리케이드, 육탄저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는 등 국회 회의를 방해(국회법 제165조, 166조)하고,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특히 한국당이라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는 등 특수 공무집행 방해(형법 제 136조, 141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발상대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29명이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수습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4.29.   dadazon@newsis.com【서울=뉴시스】 김병문 수습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4.29. [email protected]


#용병술과 협상력




홍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갑작스레 특위 위원을 사보임하고, 공수처법안을 추가로 상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도 흔들림 없이 대처했다. '한 배를 탄' 김관영 원내대표의 판단을 존중했고 바른미래당의 역제안도 당내 의원들을 설득해 받아들였다.

패스트트랙의 또다른 '키 플레이어'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의 협상도 빛났다. 사개특위의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참석해 찬성해야 했다. 홍 원내대표는 꾸준히 소통하면서도 필요한 순간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두 사람에게 돌리는 '매너'도 발휘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수습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4.29.   dadazon@newsis.com【서울=뉴시스】 김병문 수습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4.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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