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교체' 일본, 새시대 열릴까…30년전 美견제 데자뷔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4.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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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재위기 30년 버블 붕괴·불황 시달려...'올림픽 등 호황딛고 도약-美.中견제에 무너지나' 기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아키히토 일왕이 30일 퇴임하면서 일본의 30년4개월간 헤이세이 시대도 끝난다. 연호의 의미대로 '평화를 이룬다'는 뜻을 이뤘지만, 경제는 버블 붕괴로 인한 장기 불황을 비롯해 미래 성장 동력 상실과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레이와' 시대는 초반부터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어 어떤 처방전을 찾느냐에 따라 향후 경제 향방이 결정지어 진다. 특히 아키히토 일왕 즉위 직후 미국이 일본에 무역 압박을 시작한 것과 같이 나루히토 일왕 시대에도 초반부터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하던 1989년은 일본 버블 경제의 최절정기였다. 세계 100대 기업 중 절반은 일본 기업이 차지했고, 같은해 12월말 닛케이 증시 평균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3만8915를 기록했다. 하지만 80년대 수출을 늘리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는 컸다. 결국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고 현상이 시작됐고, 일본 정부는 저금리 및 대출 규제 완화 등 경기부양책으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풀린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며 버블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듬해 새해부터 주가는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3년뒤부터 일본인들도 체감할 정도의 불황이 닥쳤다. 90년대 일본은 버블 붕괴의 후유증과 싸우는 것이었다.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과 장기 디플레이션이 경제를 괴롭혔다.



헤이세이 시대의 또 다른 최대 시련은 2008년을 정점으로 시작된 인구 감소 시대이다. 일본은 초고령화와 저출산이 맞물리면서 하루에 1000명씩 사라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1월, 2040년이면 일본내 취업자가 2017년대비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이민국가로의 전환도 선포했다.

헤이세이는 잇단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기도한 시대로도 기억된다. 1995년에는 한신 대지진,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며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터지기도 했다.



레이와 시대는 대내외 악재는 있지만 일단은 희망적인 시선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일단 일왕 퇴위와 즉위를 맞아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202년만에 일왕이 '생존 퇴위'를 하면서, 퇴위 시기마다 숨죽이며 일왕의 건강을 지켜보던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 곳곳에서는 연호 관련 마케팅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또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도 앞두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경제 성장의 기폭제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5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헤이세이 시대 중국에 역전당한 경제 규모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간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코앞에 닥친 난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일왕 즉위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대일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 관세 부과 등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중국몽(夢)’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중국이 일본에 대해 여전한 견제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는 일본에게는 부정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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