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속옷 바람'에 '속병' 난 토종 브랜드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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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홈쇼핑 공세…한정된 파이 나눠 먹기에 최근 3년 실적 '들쭉날쭉'

/그래픽=이승현 디자인 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 기자


토종 속옷 브랜드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 저출산 등으로 속옷 시장이 정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SPA(제조·유통일괄형), 홈쇼핑 등 경로로 뛰어드는 업체는 늘어나면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표적인 토종 속옷 브랜드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최근 3년간 적자와 흑자를 넘나들며 불안정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비비안'을 보유한 남영비비안 (999원 ▼5 -0.50%)은 흑자 전환한지 1년 만에 또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 4억9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예년과 같이 2000억원대 규모를 유지한 반면 판매비, 관리비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보디가드'를 운영하는 좋은사람들 (1,055원 ▼10 -0.9%)은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4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제조원가 등 비용을 절감한 덕분이었다. '트라이'를 보유한 쌍방울 (269원 0.00%)의 사정도 비슷했다. 각종 비용을 줄여 지난해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비너스'로 대표되는 신영와코루 (9,350원 ▲10 +0.11%)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7% 줄었고 BYC (39,000원 ▼150 -0.38%)는 같은기간 영업이익이 24% 늘었다. BYC는 최근에도 경기 하남시 토지를 549억원에 처분하는 등 꾸준히 수익성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토종 속옷 업체들이 고전하는 건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 대형마트나 홈쇼핑을 공략하는 신규 브랜드, 인터넷을 유통망으로 삼은 해외 브랜드가 잇따라 속옷 사업에 발을 들였다.

속옷업계 관계자는 "속옷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겉옷을 만드는 회사들이 속옷도 만들기 시작했다"며 "그런 데다 의류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게는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토종 속옷 업체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일에 힘쓴다. 비비안은 스포츠브라, 와이어를 숨긴 '히든와이어' 브라 등으로 트렌드에 대응하는 한편 BYC는 배우 김영광을 모델로 발탁했다.

또 다른 속옷업계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며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종 브랜드로선 살아남기 위해 올드(old)한 이미지를 벗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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