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단' 출범 한달…속도냈지만 혐의 입증까진 먼 길

뉴스1 제공 2019.04.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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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임기만료까지 석달…새 증거·진술 등 확보
尹 영장기각으로 주춤하기도…이르면 내주 金 소환

© News1 구윤성 기자©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이유지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단이 28일로 출범 한달을 맞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기(7월25일) 내 김 전 차관 사건을 마무리지을 방침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수사단은 주어진 기간 약 4개월 중 25%가량을 쓴 셈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3월29일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박근혜 청와대'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이중희 민정비서관의 경찰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달 들어 충원된 1명을 합치면 소속 검사만 14명이다.

특수강간 의혹은 수사권고에선 빠졌다. 다만 김 전 차관 뇌물 의혹과 성범죄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 겹쳐 수사단은 이 두 가지와 함께 외압 의혹까지 함께 보고 있다.



수사단은 "최대한 신속하게 하고 싶다"는 여 단장 일성대로 속도감있는 수사를 해왔다. 출범 일주일도 안돼 첫 강제수사에 나서 그간 일부 새로운 증거와 1·2차 검·경 수사 당시엔 확보하지 못한 진술 등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사건 정점에 있는 김 전 차관 혐의 입증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단은 발족 6일만인 지난 4일 김 전 차관 주거지와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무실, 강원 원주시 별장,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등 10여곳 압수수색으로 뇌물 의혹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엔 2013년 김 전 차관 수사를 맡았던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첫 소환하며 외압 의혹 수사에도 들어갔다. 당시 경찰 수사라인과 청와대 민정라인 간 진실공방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15일부터는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이달 18~23일엔 경찰청 정보국·수사국 등지 압수수색도 벌였다.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선 15일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가 수사단에 나와 면담형식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22일엔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을 발견해 별장 성접대 의혹을 촉발시킨 여성 권모씨도 출석했다.

특히 윤씨 주변인 등 압수수색에서 이전 수사 땐 입수하지 못한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성관계 동영상' 관련 사진(촬영시점 2007년 11월)과 함께 원본에 가까운 고화질의 '김학의 동영상'이 확보됐다. 분석결과 '김학의 동영상' 촬영시점은 2007년으로 파악됐다. 지난 검경 수사에서 2006년으로 추정만 됐던 것에 비하면 진전된 것이다.

지난 17일엔 사건 '키맨'인 윤씨를 사기와 알선수재, 공갈 혐의로 체포했다. 공소시효가 문제되는 부분이 아닌 개인비리 혐의를 겨냥해 얻은 결과였다.

출범 한 달도 안 돼 김 전 차관과 곽 전 수석 등 청와대 민정라인을 제외한 주요 인물 대부분을 불러들인 것이다.

© News1 오장환 기자© News1 오장환 기자
하지만 윤씨 신병을 확보해 여죄를 캐며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내려 했던 수사단의 전략은 19일 윤씨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다소 주춤했다.

수사단은 이후 윤씨를 23일과 25일, 26일 세 차례 소환조사했다. 윤씨는 영장기각 뒤 첫 소환에선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이후 문제의 동영상을 자신이 찍었고,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했다. 2007년 11월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찍힌 동영상 속 인물 역시 김 전 차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가 동영상 속 인물 신원을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윤씨는 '합의한 성관계였다'고 성범죄 혐의는 부인했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해당 여성은 이씨가 아니라고 했다. 이씨 측과는 엇갈리는 주장이라 추가 수사는 불가피하다.

수사단은 과거사위에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넘겨받긴 했으나, 수사권한이 없는 조사단 특성상 그 한계가 뚜렷해 사실상 원점에서 수사를 시작,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맨땅에서 출발해 수사하다 보니 어렵다. 검사·수사관들이 주말 없이 고생하고 있다"면서도 "한 달이 지났는데 국민 보기에 아무런 성과가 없을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도 "여전히 가느다란 실에 목숨을 부지하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다만 수사단은 과거와 달리 윤씨가 입을 열기 시작한 만큼 그를 여러 차례 불러 공소시효가 남은 뇌물·성범죄 의혹 단서를 찾는데 주력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르면 금주 김 전 차관을 직접 부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수석 등 소환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끝나야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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