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국회, '근조 의회정치' 25일의 재구성

머니투데이 김평화, 백지수, 이재원, 이지윤 기자 2019.04.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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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팩스 사보임→국회 점거→경호권 발동→이메일 법안제출→회의 불발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관계자에 막혀 회의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9.4.26/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관계자에 막혀 회의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9.4.26/뉴스1


25일 아수라장이 된 국회는 결국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서로를 향해 민주주의 파괴세력, 불법행위라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상정 절차에 본격 돌입하자 즉각 국회는 전쟁터가 됐다.



감금과 탈출, 점거와 몸싸움, 이메일 법안제출 등 온갖 기막힌 풍경이 벌어졌던 25일 하루를 되돌아봤다.

◇팩스 사보임=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유명인사가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반대파인 오 의원을 빼고 채이배 의원을 넣는 사보임을 강행하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사개특위 위원이던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또다시 전격 사보임했다.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신속 추진을 위해 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하루 만에 모두 교체했다.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 신청서는 팩스로 넣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과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한국당은 당사자 의견에 반하는 이같은 사보임이 국회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점거=사보임이 현실화되자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4층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실, 2층 사개특위 회의장, 3층 운영위원회 회의실, 7층 의안과·의사과 사무실 등을 봉쇄했다.


국회 의원회관 6층 채 의원 사무실도 봉쇄해 채 의원을 사실상 5시간 이상 감금했다. 채 의원의 사개특위 회의 참가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경찰에 신고까지 했던 채 의원이 오후 3시16분쯤 탈출에 성공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오후에는 국회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의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본청 7층의 의안과 앞을 막아서고 국회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 등을 점거하면서다.

◇경호권 발동=이날 저녁 6시 이후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문 의장의 재가를 받아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 경호권은 지난 1986년 이후 33년만으로 국회 출범 이후 6번째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경위 및 방호원 등 경호팀과 국회 곳곳에서 수차례 충돌했다. 몸싸움이 난무했다. 욕설과 고함, 비명이 오갔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호권 발동을 저지한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이겼다, 막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애국가를 불렀다.

◇이메일 법안제출=한국당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하면서 물리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길이 막히자 이메일로 법안을 내는 광경도 펼쳐졌다.

여야 4당은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이메일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의안과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의안과를 장악한 한국당 측 인사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막는 등의 방법으로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 불발=사개특위와 정개특위는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은 발목이 잡혔다.

국회는 이날 오후 9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오후 9시30분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각각 소집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 보좌진 등이 육탄방어에 나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밤 11시40분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6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또 다시 진격투쟁과 방어전이 펼쳐졌고 국회 본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6일 오전 1시35분 현재 패스트트랙 반대파의 방어선은 여전히 뚫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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