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총 12년 동안 투입하기로 한 133조원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최대 100조원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에 벌어들인 수익을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재투자해 새로운 초격차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1위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달리 시장 후발주자인 비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4%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투자 25조원 가운데 대부분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부문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부문 투자규모가 유지될 경우 전체 반도체 투자액은 연평균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접고용 외에 생산량 증대에 따른 간접고용유발 효과는 4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 보따리도 내놨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자산 등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중소 팹리스(생산설비가 없는 반도체 설계전문업체)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와 개발기간 단축 등을 돕기로 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 기준도 완화해 중소 팹리스업체의 소량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300㎜(12인치) 웨이퍼 1장에 다수의 팹리스업체 시제품을 생산해주는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프로그램도 공정당 연 2~3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계획은 2010년 이건희 삼성 회장과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 육성계획을 담은 '비전 2020년'이 나온 지 9년만에 이재용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선보인 첫 장기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1년 뒤면 '비전 2020'이 끝나는 시점에 또 다른 10년을 준비할 청사진으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함께 업계 상생 계획을 밝힌 것"이라며 "정부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강조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과 맞물려 민관이 손을 잡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